그래미賞 클래식 3관왕 존 코릴리아노 - 미국 현대음악 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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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현대음악이라고 해서 반드시 어렵고 골치아픈 것만은 아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올해 그래미 음반상 클래식부문에서 3관왕의 영예를 차지한 작곡가 존 코릴리아노(59)의 음악을 들으면 누구든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현재 미국에서 가장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곡가로 손꼽히는 그는 이

번 그래미 음반상에서 교향곡 제1번 '분노와 기억에 대해'(레너드 슬래트킨 지휘.내셔널심포니.BMG)로 최우수 음반상을 수상한데 이어'현악4중주'(클리블랜드 4중주단.텔락)로 현대음악과 실내악부문을 휩쓸었다.

교향곡 제1번은 에이즈로 많은 친구를 잃었던 코릴리아노가 에이즈에 대한 경고를 담은 작품으로 87년부터 4년간 상주작곡가로 근무했던 시카고심포니(지휘 다니엘 바렌보임)가 90년 3월15일 초연하면서 화제를 모았다.시카고 심포니가

에라토 레이블로 녹음한 음반은 91년 그래미 음반상 현대음악과 관현악부문에서도 2관왕을 차지했다.

이 음반은 발매 직후 단숨에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라 69주나 머무르는등 현대음악으로는 드물게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고 뉴욕 필.샌프란시스코 필등 미국 교향악단들이 즐겨 연주하는 레퍼토리로 자리잡아 지금까지 모두 1백40회나

연주됐다.또 캐스린 포신의 안무로 밀워키발레단이 무용으로 초연한바 있다.

1악장에서는 친구 피아니스트가 에이즈로 죽기전 즐겨 연주했던

알베니스의'탱고'(고도프스키 편곡)가 무대 뒤편에서

울려퍼진다.2악장에서는 음반업계에 종사하던 친구에 대한 추도.아마추어

피아니스트여서 코릴리아노가 피아노 연탄곡'가제보

댄스'를 작곡해 주기도 했던 그 친구 역시 에이즈로 목숨을

잃었다.3악장'줄리오의 노래'도 아마추어 첼리스트였던 줄리오에 대한

추억을 담은 것.43분짜리 교향곡 제1번중 제3악장은 윌리엄 호프먼의

가사를 붙인 교향시'분노와 기억에

대하여'로 재탄생됐다.

레너드 번스타인 시절 뉴욕필 악장의 아들로 태어난 코릴리아노는 뉴욕

토박이로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했으며 미국 굴지의 셔머 음악출판사의 전속

작곡가면서 91년부터 줄리아드 음대교수로 재직중이다.

그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90년대 이후 줄리아드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독주회에서'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면서부터.그러나 그의 음악세계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것은

시카고심포니 단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다듬어온 관현

악 작품들이다.코릴리아노 음악의 특징은 신선하고 활기가 넘치는 현대적

감각에 낭만적.신비적 분위기가 깃들여 있다는 점.청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코릴리아노는 91년 12월 초연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창설 1백주년

기념 위촉작품'베르사유의 유령들'로 전세계에 미국을 대표하는 현역

작곡가로 명성을 날렸다.제임스 레바인 지휘로 초연된 이 작품은

DG레이블로 CD.비디오.LD로 출시됐다.

또'현을 위한 엘레지'(레너드

슬래트킨/세인트루이스심포니/RCA)'클라리넷

협주곡'(스톨츠만/런던심포니/RCA)'천지창조'(플랑드르 이 피아밍기

오케스트라/텔락)등의 음반이 나와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설명>

올해 그래미음반상 클래식 부문에서 3관왕을 휩쓴 작곡가 존 코릴리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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