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왕위전 선두…이세돌이냐 안조영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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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조영 8단(왼쪽)·이세돌 9단(오른쪽).

중반전에 접어든 왕위전. 나란히 4연승을 거둔 이세돌9단과 안조영8단의 각축이 뜨겁다. 안8단은 24일 열린 조한승7단과의 대결에서 백불계승을 거두며 선두 이세돌9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조한승은 최근 LG배 세계기왕전 8강에 오르는 등 세계무대에서조차 알아주는 신예 강자로 성장했으나 안조영의 저력에 밀려 왕위전에선 2승2패로 주저앉았다.

'숨은 고수'로 통하는 안조영은 분명 최정상급의 기사는 아니다. 몇번에 걸쳐 도전무대에 나섰으나 강고한 이창호의 벽에 좌절을 겪으면서 2선으로 밀려난 채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안조영의 실력 자체에 대해 의심을 품는 기사는 아무도 없다. 그만큼 바둑의 바탕이 탄탄하고 포석.전투.끝내기등에서 고른 전력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의 불운이라면 이창호가 너무 강할 때 정상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지금껏 빛을 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그런 안조영이 올해 신인왕전에서 우승하며 자세를 가다듬더니 이번엔 왕위전에서 본격적인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승5패라는 이세돌9단과의 상대전적만 보더라도 그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전적에선 이세돌에게 내리 4연승.

이 점에 대해 안8단은 "한판은 부전승이고 해서 큰 의미가 없다. 이세돌은 어려운 상대고 그 말고도 조훈현9단과 김주호4단이 남아 있어 도전권까지는 첩첩산중"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연 저력의 안조영이 강적 이세돌9단을 따돌리고 도전권을 따내 다시 한번 이창호와의 대결에 나설 수 있을지 궁금하다.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생명이 후원하는 왕위전은 현재 이창호9단이 8연패 중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하이라이트=안조영(백)과 조한승(흑)의 왕위전 본선.좌변의 승부처에서 생사를 건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조한승의 흑1이 사석전법을 노리는 좋은 맥점.그러나 이때 백2로 붙인 한수가 절묘하다.흑3으로 물러설 때 4로 잡아 백은 우위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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