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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파괴병치매>下. 대안은 있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치매환자인 金모(83.여.서울)씨는 지난해 종합병원 3~4곳을 전전하며 겪은 고통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가는 병원마다 金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치매중에서도 낫기 어려운 알츠하이머병이었고 그때마다 정신과 약이 계속 투여됐다.

처음엔 가벼운 우울증세를 보이던 그가 증세가 악화되면서 하루종일 방안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에 가족들의 고민은 쌓여만 갔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한 치매 전문의사를 만난후 金씨의 증세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1년가까이 생고생도

그의 치매 원인은 엉뚱하게(?) 혈관성 치매로 판명됐다.정신과적 치료에서 벗어나 뇌혈류 개선제등 종합투약이 이뤄져 金씨는 최근 거의 완치됐다.

치매에 대한 초기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안돼 金씨는 1년 가까이 생고생한 것이다.

朴모(68)씨도 자꾸 물건을 잃어버리는등 치매증상을 보이면서 집안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

지난해 6월 병원 진단결과 다행히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로 밝혀져 5개월간의 치료끝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朴씨는 아들부부에게 자꾸 소외되자 관심을 끌려했고 이 과정에서 심한 불안감을 느낀 것이다.

결국 환자와 가족에게 정확한 원인을 알려주고 우울증치료.치매교육을 함께 한 담당의사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전문가들은 치매환자들을 가정에서 보호해야 하며 가정에서 더이상 돌보기 힘든 경우에만 요양원등에 수용하는 것이 환자.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관계기사 35면〉

가벼운 증세나 중간 증세의 치매환자는 집을 떠나 낯선 환경에 접하면 증세가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이다.그런데도 수용시설에 보내겠다면 이는'빨리 돌아가시라'는 말과 다름 없다.

重症 경우엔 수용토록

그러나 중간증세의 치매환자라도 환자 자신이나 가족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와 증세가 심한 환자는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치매노인이 가정에서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가족들에게 치매의 증상과 원인,대처방법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줄 훈련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특히 1~2년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별도의 간병인력 제도가 도입돼야 가정중심의 치료체계가 뿌리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보건복지부가 93년 시작한 유료.무료 가정봉사원의 경우 전문교육을 받지 못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매 전문병원의 설립도 시급하다.

각 도에 한곳씩 전문병원을 세워 전국적인 치료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치료망 필요

또 이들 병원 옆에는 환자의 인지능력을 높이는 교육체계를 갖춘 요양원이 들어서야 한다.

미국의 경우 치매환자는 2백여만명이나 되며 이들을 위해 정부가 95년에 사용한 돈은 모두 1천억달러(약 88조원)에 이른다.

미국은 수용시설 위주로 간병인을 활용해 왔으나 재원압박과 치료효과등을 고려,2~3년전부터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정에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 시범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유료 단기보호 시설을 늘리는등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면서 일정기간 전문교육을 마친 간병인에게 치매조호사(助護士)국가자격증을 주고 있다. 〈김기평 기자〉

◇도움말 주신 분▶서울대 우종인(禹鍾仁.신경정신과)교수▶구로성모병원(3월중 개원)정기혁(鄭起赫.노인의학)원장▶목원대 권중돈(權重燉.사회복지학과)교수▶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하청(延河淸)원장▶보건복지부 최영현(崔永賢.노인복지과)서기관

<사진설명>

치매환자들은 정확한 초기 진단이 중요하며 심각한 증세가 아닌한

가정에서 돌볼때 치료효과가 높다.곧 개원하는 서울 구로성모병원(현재

도영병원) 정기혁원장이 환자에게 증상등을 설명하고 있다. 〈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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