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실질심사제 법원.검찰 갈등- 왜 갈등 빚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구속영장 실질심사제 운용을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두 기관의 대립은 검찰이 구인 피의자에 대한 법원의 유치결정을 잇따라 거부함으로써 불거졌지만 그 배경에는 인신구속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영장 실질심사제 도입이후 벌어진 법원과 검찰의 충돌이유와 해결방안등을 알아본다. [편집자註]

올해부터 새로 시행된 영장실질심사제(구속전 피의자 심사제)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정면충돌 사태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현재 표면상 나타난 법원.검찰간 갈등의 핵심은 구인 피의자(미체포

피의자)의 구인으로부터 영장 발부시까지 신병관리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것으로 서로 상대기관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검찰은 법원이 구인된 피의자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도

영장발부때까지 경찰서 유치장이나 구치소 유치를 명령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한다.구금영장이 아닌 구인영장에 유치결정을 써넣고 판사가

서명날인했다고 해서 구인영장이 구

금영장의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면 법원은 영장 발부때까지 구인된 피의자를 검찰이 유치하는데 법률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체포후 48시간동안 피의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이 없어도 검찰등 수사기관은 체포의 효력에 의해 당연히

피의자를 48시

간동안 유치.구금할 수 있듯이 구인의 경우도 효력이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법원과 검찰이'체면상'공개적으로 내세우고 있지

않을뿐 갈등의 배경은 보다 근본적인데 자리잡고 있다.한마디로

형사사법제도의 핵심인 피의자 구속 권한을 둘러싼 힘겨루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즉 검찰은 피의자 구속이

수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법률상'수사의 주재자'인 검찰 권한의

일부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영장실질심사제가 실시되기 전까지

현실적으로 그같은 권한을 행사해왔다.

반면 법원은 피의자의 구속 여부 결정은 헌법을 비롯한 모든 법.제도가

법원의 권한임을 보장하고 있는 만큼 사법부를 영장기록에 도장만

찍어주는'통과의례 기관'으로 여기는 수사기관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법원은 95년 형사소

송법 개정작업에서 검찰.법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97년 시행을

조건으로 영장실질심사제와 기소전 보석제.체포영장제등 일련의 새

인신구속제 도입을 관철시켰다.

한걸음 더나아가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형사소송 규칙과 대법원 예규를

개정하거나 제정하면서 사실상 모든 사건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혀 놓았다.이에 따라 올들어 검찰은 영장청구 건수를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면서'몸조심'을 했음에도 법원의 영장기각 비율은 전년 대비 최고

25%까지 늘어 영장실질심사의 위력을 과시했다.

실질심사제 시행 이후 법원의 영장기각이 당초 예상을 넘어서자 검찰은

1~2월 전국 지검을 통해 영장실질심사제 운영의 문제점을 집중 조사하는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이에 따라 법적 근거에 문제가 발견된 구인 피의자의

경찰서 유치등에 정면 거부하는 사태로 번졌다.

여기에는 현행의 영장 실질심사제도로는 구속돼야할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영장실질심사제 적용

범위를 축소시키겠다는 검찰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권영민

기자〉

<사진설명>

영장실질심사제 운용과정에서 법원과 검찰이 날카롭게 대립하는등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지난해 12월 전국의 영장전담 판사들이

대법원 회의실에서 운용방안등을 논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