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패션’에 홀린 미 40대 여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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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디자이너 엘리 타하리는 최근 598달러(약 80만원)짜리 몸에 붙는 보라색 원피스를 새로 출시하면서 ‘더 미셸 드레스’라고 이름을 붙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미셸(44)이 평소 즐겨 입는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타하리는 “미셸이 평소 입는 옷들은 40세 이상의 중년이라도 멋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20일 퍼스트레이디가 될 미셸의 뛰어난 패션 감각은 여러 차례 주목을 받아왔다. 이런 미셸이 40대 여성들의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르자 미 의류업계들이 미셸 스타일의 옷으로 40대 공략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40대 여성들은 젊은 여성들보다 더 많은 돈을 옷에 쓰기 때문에 의류 회사들은 이들을 겨냥해 왔다. 35세 이상의 여성들은 지난해 전체 1090억 달러 규모의 여성복 시장에서 532억 달러를 쓸 만큼 의류업계의 큰 손님이다. 반면 18~34세의 여성들은 지난해 373억 달러를 쓰는 데 그쳤다. 하지만 40대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어려워 이들을 집중 공략한 여러 브랜드 가운데는 실패한 것도 많았다. 그런데 미셸의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의류업체들이 40대 이상을 공략할 신제품 모델로 ‘미셸 스타일’을 잡은 것이다.

수년 동안 매출이 줄던 중년 여성 브랜드 ‘엘런 트레이시’는 최근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원피스와 재킷을 기존의 루스한 라인에서 평소 미셸이 입는 몸에 붙는 타이트한 스타일로 바꿨다. 패션 브랜드 ‘리즈 클레이본’도 내년 1월 새로 내놓을 컬렉션에 미셸 스타일의 옷들을 대거 선보이기로 했다. 미셸이 10월 제이 리노 쇼에 ‘J 크루’의 스웨터와 치마 등을 입고 나오자, ‘J 크루’는 즉시 인터넷에서 “미셸 오바마 스타일의 옷을 J 크루에서 사세요”란 마케팅을 벌였다.


패션업계가 그동안 의존했던 할리우드 스타들보다 미셸이 더 현실감 있는 패션을 선호하는 점도 그가 의류 업계에서 환영을 받는 이유다. 미셸 스타일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옷 입는 방식보다 평범한 40대 여성들이 따라 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만 고집하지 않고 40대의 평범한 여성들이 선호할 만한 대중적인 브랜드도 마다하지 않는 점도 미셸의 장점이다. ‘J크루’나 ‘화이트 하우스 블랙 마켓’은 미셸이 좋아하는 대중 브랜드들이다. 고객층의 평균 연령이 45세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조셉 보이타노 수석구매 담당은 “브랜드보다는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를 따지는 게 40대 여성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중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 ‘모어 매거진’은 10월 달 커버로 미셸을 다뤘다. 이 잡지의 제인 시모어 편집장은 “미셸의 패션은 탈페미니즘 시대를 상징한다”며 “그의 패션은 페미닌(feminine·여성스러운)해 보이고 섹시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강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요즘 40대 여성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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