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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익숙한 것이 뒤통수를 친다" 30년마다 다리가 무너지는 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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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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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문은실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56쪽, 1만3000원

1940년에 완공된 타코마 해협 다리.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현수교라는 자존심이 무색하게 개통된 지 몇 달 만에 붕괴했다. 도로가 너무 좁고 얕았기 때문이다. 완공 전에 무명의 엔지니어는 이 다리가 위험하다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이 목소리는 유명한 디자인 컨설턴트의 오만과 영향력에 묻혔다. 앞서 수많은 성공을 경험한 컨설턴트는 자신의 성공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그 익숙함이 뒤통수를 쳤다”고.

미국 듀크대 토목공학과 석좌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오로지 실패의 역사에만 초점을 맞췄다. 과거의 성공 사례 따위엔 관심도 없는 듯하다. 진정한 발전, 혁신을 가져다주는 실패에 대한 예측이라고 주장한다.

실패엔 ‘30주년’ 주기가 있다는 이론도 주목할 만하다. 1847년 영국 체스터 트러스 빔 다리 실패 이후 1907년 퀘벡교 붕괴, 40년 타코마 해협 다리 붕괴와 건설 도중 다리가 휘어버린 70년 멜버른 웨스트 게이트 다리 사고가 그 예다. 저자는 “30년이란 한 세대 엔지니어가 다음 세대와 자리를 바꾸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다음 세대가 이전 세대의 성공은 물려받으면서 그 뒤에 숨은 경고에 주목하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얘기다. 이른바 ‘실패 노하우의 단절 현상’이다.

공학전문가의 글이지만 사회·역사를 아우르는 통찰력에 노교수의 연륜이 묻어나 있다. ‘작은 한계와 사소한 실패를 돌아보라’는 말은 진정한 혁신의 의미를 되새겨보라는 조언이다. 원제 『Success Through Failure』.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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