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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의약품들, 대형약국들에 의해 미끼상품 지목. 납품가 인하 심한 압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히트 의약품들이'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름을 기억해줄 만큼 성장했다 싶으면 대형약국들이 미끼상품으로 지목하고 그 순간부터 버티기 어려울 정도의 납품가 인하 압력으로 마진폭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요즘 의약품업계에서 최대 히트상품으로 꼽히고 있는 태평양제약의 소염진통제'케토톱'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케토톱은 지난해 전체 치료제 의약품시장에서 매출액 1위를 차지하면서 지난 3년 연속적자로 자본금의 절반가량을 까먹은 태평양제약을 단 1년만에 흑자로 반전시킨 효자상품이다.

그러나 94년 발매초기 6장짜리 1단위당 최저 2천8백원선이던 케토톱의 약국 공급가는 95년 2천7백원,96년 2천6백원으로 계속 떨어지더니 최근 상당수 대형약국에는 2천2백원에도 공급되고 있다.

양로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위문품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유명세를 타자 대형약국들로부터'싸게 파는 곳'이란 소문을 내기에 적합한 미끼상품으로 지목된게 가격관리에 치명적인 화근(禍根)으로 작용한 것이다.

모 제약업체 영업사원은“대형약국의 미끼상품이 되어 약국간 가격경쟁에 휘말리면 소매가가 계속 내려가게 되는데 제약업체로서는 최소한의 마진을 보장해주기 위해 납품가격을 그에 따라 낮춰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태평양제약의 경우 약국 영업사원의 개인당 매출목표액의 57%가량이 대형약국 케토톱 판매로 이뤄질 정도여서 회사가 정책적으로 저가 납품을 막아도 개별 영업사원들이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대형약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돼있다.

제약업계 전문가들은“케토톱뿐만 아니라 최근들어 광쌍탕.솔표우황청심원.기넥신.아로나민골드.겔포스등 유명 의약품마다 수시로 겪고 있는 가격파동도 독특한 국내 의약품 유통구조가 빚어낸 유명세 치르기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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