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어벙 이후 4년 만에 재기했을 뿐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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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08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기자는 누구일까. 다소의 과장이 용서된다면, 정답은 ‘안상태 기자’일 것이다. 주요 포털 검색창에 ‘안상태’를 쳐보시라. ‘안상태 기자’는 물론, ‘안상태 난’‘안상태뿐이고’등이 자동 완성된다. 네티즌 사이에선 ‘안상태 기자 놀이’가 유행한단다. 대체 안상태 기자가 누구기에?

2004년 ‘안어벙’으로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됐던 안상태. 최근 ‘난, ∼뿐이고’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남녀노소 다 좋아하는 동네 뒷동산 같은 개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그의 보도를 듣다보면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떠올랐다가 ‘대략난감’을 거쳐 ‘측은지심’으로 이어진다. 정확히 공감의 사이클과 일치한다. 이런 식이다. “저는 지금 필리핀 한인아파트 화재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불은 이제 7층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잠시 침묵) 난, 8층 살고 있고! 난, 어제 이사왔을 뿐이고! 우리집 가구 다 새 거고, 나전칠기일 뿐이고!” 앵커가 묻는다. “안상태 기자, 주민들과 어디로 대피했습니까?” “네, 옥상에 10인승 구조헬기가 도착했습니다. (잠시 침묵) 난, 열한 번째로 줄 섰고! 화장실 갔다온 사이에 새치기 당했을 뿐이고! 발바닥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고!” 아, 어떤 기자가 이보다 더 처절하고 안쓰러울 수 있을까.

KBS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 ‘봉숭아학당’에서 방송기자 역으로 인기몰이 중인 안상태(30). 2004년 데뷔하자마자 ‘깜빡홈쇼핑’ 진행자 안어벙으로 일약 스타가 됐던 그가 다시 한번 ‘난, ∼뿐이고’라는 유행어를 바이러스처럼 퍼뜨리고 있다. 대여섯 살 아이들도, 술자리 회사원들도 대화 속에 ‘난, ∼뿐이고’를 즐겨 섞는다.

‘안상태 기자’가 6개월간 일곱번의 수정을 거쳤다는 아픈 과거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6월 ‘안습극단’ ‘어색극단’의 배우 역을 거쳐 기자 역으로 바꾼 게 9월 ‘뜬금뉴스’.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봉숭아학당’으로 옮겼다. 초반에는 그의 아버지조차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을 정도로 큰 웃음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호응이 느껴진 건 ‘개콘’ 김석현 PD의 권유를 받아 기자로 바꾸고 나서다.

“감독님이 캐릭터 자체는 괜찮으니 제대로 웃길 때까지 설정을 계속 바꿔보자고 하셨어요. ‘봉숭아학당’으로 옮긴 게 결정적이었죠. 캐릭터가 확실히 부각될 수 있었으니까요. 아버지요? 요즘 정말 좋아하시죠. 얼마 전에 대출 권유하는 휴대전화 스팸문자가 왔는데 ‘난, 돈이 필요할 뿐이고’더라구요. 하하.”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점점 약한 속내를 드러내는 기자. 사회의 목탁이긴 하지만 언론인도 결국은 인간이다. 그의 ‘기자 개그’가 먹히는 이유다. “한 치의 오차 없이 보도해야 하는 기자가 냉철함을 잃고 점점 무너지는 데서 웃음이 터지죠. 나중엔 ‘난 엄마 보고 싶을 뿐이고!’하면서 엄마까지 찾잖아요. 전쟁터에 가면 기자도 태연하게 보도는 하지만 속으론 안 무섭겠어요? 자기도 사람인데….”

안상태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데뷔와 함께 뜬 벼락스타라는 것인데, 천만의 말씀이다. 공채로 뽑히기 전 1년 가량을 소극장에서, 3년 여를 길거리에서 공연하며 기본기를 닦았다. 황현희·김대범이 그때 동고동락했던 이들이다. 충남 아산이 고향인 그는 가방 하나 달랑 메고 친척·친구집을 전전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평일 5회, 성탄절은 8회 공연을 했어요. 그만큼 배우들을 세게 굴린 거죠(웃음). 오후 1시부터 새벽 1시까지 했으니 목이 쉬다 못해 성대결절이 생겼는데, 나중에는 가수가 득음하는 것처럼 목이 탁 트이더라고요. 그때는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혹독한 훈련의 시간을 보냈기에 지금의 제가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안어벙’이후 안상순(여자)·누렁이(개)를 하면서 사실 걱정도 많이 됐어요. 바보·여자·개, 이렇게 특이한 건 다 해버렸으니 이제 넌 뭐할 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안상태 기자는 앞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준 고마운 역할입니다.”

기선민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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