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곁의문화유산>격포 수성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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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전북 부안땅의 대부분을 이루는 변산반도는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산과 들판,바다가 아름답다.또한 곳곳에 오래전부터 옛사람들이 남긴 유형.무형의 자취가 있다.서해 칠산 앞바다를 돌보는 수성할머니를 모시고 풍어를 위한 제사를 지내는 수성당도 그중 하나다.

변산반도 서쪽 끝 격포에는 바닷물의 침식으로 생긴 수성암 절벽이 마치 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신비로운 절경을 자아내는 채석강과 적벽강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지만 적벽강에서 그리 멀지 않은 죽막동 수성당에는 발길이 뜸하다.

수성당에 모신 수성할머니는'개양할미'로도 불린다.딸 아홉 가운데 여덟을 전국 팔도에 시집보내고 막내만 데리고 산다.키가 몹시 커 굽 달린 나막신을 신고 서해를 성큼성큼 걸어다니며 수심을 재어 어부들을 보호하고 풍랑을 막아준다고 한다.

매년 정월 초사흗날 격포 사람들은 이곳 수성당에서 수성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기리는 제사를 정성껏 지내며 풍어와 무사고를 빈다.

앙증맞은 단칸 기와집인 수성당은 수백년동안 여러 차례 다시 지어지면서 전승돼 왔다.상량문에 따르면 1804년(순조4년)에 건립돼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쳐 1973년 지금처럼 시멘트로 지어졌다.

내부 벽은 하얗게,들보와 서까래는 노랗게 칠해져 있으며 수성할머니를 그린 그림을 모셔왔다고 하는데,지금은 빈 공간이다.다만 장식적 요소로 사방 벽 윗부분에 예전 시골장터에서 볼 수 있던 혁필(革筆)로 그린듯한 글씨가 있을 뿐이다. 바다를 밭으로 여기며 사는 바닷가 사람들의 아름다운 믿음이 전해지는 수성당으로 가는 길은 격포에서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길이라 더욱 즐겁다.후박나무가 풍성하게 자란 죽막동 부안수산종묘배양장의 철망담을 끼고 작은 언덕을 넘으

면 바다쪽 언덕 끝에서 수성당을 발견하게 된다.수성당의 입지는 변산반도에서 가장 서해안으로 튀어나온 곳으로 멀리 위도와 함께 망망대해가 한눈에 내다보인다.

앞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당집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노라면 수성할머니가 자리잡을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부안에서 30번 국도를 따라 약30㎞가면 격포 채석강에 닿는다.채석강에서 죽막동으로 난 마을길을 따라 1.5㎞ 가면 죽막동에 이르고 종묘배양소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수성당이 나온다.

글=김효형〈한국문화유산답사회〉

사진=김성철〈사진작가〉

<사진설명>

수백년의 역사를 지닌 격포 수성당.수십길 낭떠러지 위에 자리잡고 있어 바다에서도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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