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위기는 한시적 … 끝난 뒤 세계 질서 변화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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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명박 대통령이 각계 원로 22명과 청와대에서 오찬 간담회를 했다.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위기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며 “위기가 지나간 이후 세계의 질서가 어떻게 변할지, 한국의 위상이 어떻게 될지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새벽 가락시장 방문 때 만났던 노점상 할머니가 화제에 오르자 이 대통령은 “12월 15일이 어머니 기일인데…. 어머니 생각이 나서 대화를 나누게 됐다. 할머니가 귓속말로 ‘다 힘들지만 대통령이 가장 힘들다’며 나라 걱정을 하더라”고 말했다. 오찬은 2시간15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은 주로 듣는 편이었다.

한나라당 출신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온 국민이 국난 극복을 위해 힘을 하나로 모으고 있는데 국회는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어 자괴감을 느낀다”며 “170석이 넘는 과반 의석을 갖고도 무기력한 여당에 대해서도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선 국민 통합과 포용이 선행돼야 한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전투적 대결 정치는 곤란하다”며 “진보는 산업화에 대한 보수의 공(功)을, 보수는 민주화·사회정의에 대한 진보의 공을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에겐 “대선 공약이나 지지 기반의 여론에서 벗어나 국민을 통합하는 중심에 서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발언 요지.

▶박관용 전 국회의장=“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나라당 내 결속도 중요하다.”

▶이홍구 전 총리=“지금은 역사적 전환기이며 기회다. 세계의 중심 무대에 합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외교·통일 정책도 통상적인 방식이 아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1930년대 불황 때 미국의 문화는 오히려 발전했다. 타잔·미키마우스·킹콩의 캐릭터가 모두 그때 나왔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문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현재의 미디어 콘텐트는 너무 상업적 분야에 매몰돼 있다. 애국심을 함양하고 가치를 중시하는 클린 콘텐트 운동을 벌여야 한다.”

▶월주(전 조계종 총무원장)스님=“대통령이 당내 통합과 거국적 통합의 중심이 돼야 한다. 소외·취약 계층이 최소한 생존은 할 수 있도록 해야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된다.”

▶윤후정 전 이화여대 총장=“우리는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신명이 나면 잘하기 때문에 국민적 사기를 올릴 수 있는 정책을 써야 한다.”

▶임권택 영화감독=“영화계가 침체기다. 투자했던 펀드들이 다 빠져나가 자생력이 걱정될 정도다. 불법 복제 등을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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