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내정자 벌써부터 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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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종로구동숭동의 고건(高建.59)국무총리 내정자의 사저.

주변엔 3일 밤부터 의경 10여명이 경비를 맡기 시작했다.총리내정자에 대한 당국의 신변경호가 이미 붙은 것이다.

그는'행정의 달인'이라는 세평을 얻고 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마지막 1년간 대선의 와중속에서 행정의 공백도 없게 하고,또 대선관리에 야당의 신뢰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 의도에 맞는 인물로 전형적 행정가를 선택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총리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대다수의 여당의원들이“흔들리는 행정부를 추슬러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했다.

특히 국민회의측이 비교적 중립적 선거관리를 할 인물이라고 호의적으로 평한 것을 봐도 그의 성향은 짐작이 간다.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과 함께 고등고시 13회 행정과에 합격,내무부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최연소 도지사,농수산.교통.내무부장관,서울시장등을 지냈다.30여년 동안 거쳐온 관직은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가를 짐작케 한다.

그는 관직 초년 시절 부친 고형곤(高亨坤)씨가 야당생활을 하는 바람에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곧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했다.부친은 金대통령의 서울대 철학과 재학시절 은사이기도 하며 후일 전북대총장을 지냈다.그에게는 일처리가'

똑부러지는'행정능력외에 金대통령이 가장 의식하는'청렴성'이 돋보이고 있다는 세평이다.

高총리 내정자가 90년 서울시장 재직 당시 수서지구의 특혜분양을 반대하다 한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의 전방위 로비에 시장직을 물러났다는 얘기는 관가의 오랜 화제다.

관가에서는 그가 당시의'수서태풍'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건전한 양식에다 행정전문가의 예지가 보태졌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때로는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의 압력을 버틴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총리실 관료들은'지금은 일을 벌일 시점이 아니라 행정의 흐름을 빨리 파악해 무리없이 끌고가야 하는 시기'라며 高총리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그가 농수산.교통장관등 경제관련 장관을 지냈다는 점도 金대통령에게 확신감을 심어주었다는 전언이다.대선까지 치러야 하는 金대통령에게 내무관료의 경륜 못지 않게 절실한 것은 남은 임기의 최대과제인 경제살리기를 위한 경제관료의 경험인

것이다.

호남(전북옥구)출신이라는 연고도'지역안배'측면에서 크게 작용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高총리 내정자는 서울시장 퇴임후 94년 명지대총장으로 부임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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