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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신바람 건강학' 붐 일으킨 황수관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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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황풍(黃風)'이 불고 있다.북한에서 탈출한 황장엽(黃長燁)노동당비서 얘기가 아니다.최근 '신바람 건강학'붐을 일으킨 연세대의대 황수관(黃樹寬.52)교수가 바람의 주인공이다.지난달 24,25일 SBS방송에 출연한 그는 밤11시부터

방영된 단순한 강연방식이었음에도 최고 시청률 28.6%를 기록했다.방송국측은 심야의 이런 시청률은 경이적인 기록이라고 말했다.그의 강연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건강하게 살자'는 것이다.그가 설명하는 건강법 역시 너무나도 평범한 의학

상식이다.그럼에도 청중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울고 웃는다.그의 말에는 가슴을 적시는 감동과 삶의 지혜가 있다.장수의 길도 가르쳐준다.그는 의사는 아니다.더 더욱 달변도 아니다.운동생리학을 한 기초의학 교수라는 점도 흥미를 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3일만에 떴다.그가 한때 등장했던 이상구신드롬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경상도 사투리,코믹한 표정,재치있는 웃음으로 포장한 건강선물을 주고 있는 자칭'건강전도사'黃교수를 만나보았다.

-방송 출연후 엄청난 반응을 얻고 있는데 무슨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지난해 12월20일'내몸에 맞는 운동으로 현대병을 고친다'라는 책을

냈는데 3주만에 베스트셀러 대열에 진입해 두달도 안돼 3만부가

매진되었습니다.당시에도 그랬지만 이번 출연후 시청률을 보고 또 한번

깜짝 놀랐습니다.우리 건강검진센

터의 전화가 마비될 정도였고 저를 만나기 위해 진료를 예약한 분 명단이

노트 한권을 넘을 정도로 즐거운 비명(웃음)을 질렀지요.이같은 현상은

현대인의 건강 불안증과 우리 사회의 숨막히는 긴장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봅니다.건강정보와 함께 감사하며 웃고 살자는 단순한 얘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글 꼭 메모

-청중을 웃고 울리는 강연법은 어떻게 터득하셨습니까.

“제가 3일만에 뜨긴 떴는데 3일천하로 끝날지 걱정입니다(웃음).

4시간 녹화하는동안 한번도 NG를 내지 않으니 PD가 깜짝 놀라요.어떻게

원고도 없이 딱딱한 강연을 웃기면서 풀어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환자가 찾아오면 길어야 10분밖에 면담할 수 없습니다.그래서 짧은

시간에 1시간 이상 설명한 것처럼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죠.제가 하는 얘기는 직접 체험한 것이니 피부에 와닿는

것들입니다.그리고 책을 읽다

가 감동을 주거나 재미있는 글귀는 표시해두었다가 이를 반복학습해

필요할 때 활용합니다.

예를 들면'아침은 일꾼처럼,점심은 황제처럼,저녁은 거지처럼

드십시오'라는 식이지요.그리고 우스갯소리로 시골사람들은 5일장을

다녀와 다음날 죽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합니다.

어제 꽁치를 사들고 집에 가 저녁을 잔뜩 먹고 죽었으니 남들은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굶고 잤다면 살아있을 사람이라구요(웃음).

다시 말해 저녁을 적게 먹으라고 하는 얘기를 재미있게 비유한

것입니다.”

-명예퇴직등으로 사회 전체가 우울하고'아버지'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가장은 날로 힘들어지는데 선생님 말처럼 웃고 살기가 어디

쉽습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즐겁지 않기 때문에 웃어야 합니다.만일 모든 것이

잘 풀린다면 굳이 제가 이렇게 나서서 웃어보자고 떠들 필요가 없지요.

먼저 웃는 것도 연습을 해야 합니다.거울을 보고 입술을 찢어지게 벌리면

자신이 같잖아서도 웃음이 나올 것입니다(그는 웃는 표정을 직접

보여준다).억지로라도 이렇게 하면 웃음이 입에서 목으로,그리고 가슴으로

전달돼 속까지 웃을 수

있습니다.

배우가 아침에 부인하고 싸우고 나와서도 감독이 시키는대로 웃을 수

있고,마음과는 다른 연기를 해서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도 결국

연습입니다.

-그래도 환경이 변하지 않았는데 즐거운 마음이 될 수 있을까요.

“며칠전 택시기사가 이런 얘기를 합디다.40대 남자손님이 택시에

오르자마자 계속 울길래 물어보았더니 명예퇴직했는데 며칠째 아내에게

말을 못하고 있다고 하더랍니다.기사양반도 억장이 막혀 운전을 못하고

그길로 집에 돌아갔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저는 상담하러 오는 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아내의

손을 꼭 잡고 우리 생활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다시 시작하자.우리보다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감사하는 마음으로 건강하게 살자.'그러면

어느 아내가 남편을 이해하

지 못하겠습니까.

생후 9개월만에 듣지도,말하지도,보지도 못하게 된 헬렌 켈러의 평생

소원은 단 3일만이라도 내 눈으로 세상을 한번 보는 것이었습니다.행복은

환경이 아니라 내 마음가짐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교수님의 실제 생활은 강연내용처럼 웃으면서 즐겁게 사는지요.

“제가 경상도 사람입니다.경상도 남자는 집에 가서'아아는(아이는)?,밥

둬(줘), 자자' 이렇게 딱 세마디 한다지 않습니까.저도 그랬습니다.그런데

10년전쯤 인생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가끔씩 교수들끼리 버스를 이용해 시외로 나갈 때가 있는데 경찰이

검문을 하면 꼭 내 앞에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것이에요.얼굴도

험상궂고,성격도 거칠게 보이니 그랬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생리학공부를 계속 하다보니 성질이 급하고 공격적이고 우울하고

비판적인 사람은 죽음으로 달음질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공교롭게도

과거 내 성격이 그랬습니다.

'이러다간 내가 1번타자로 죽겠구나.'그때부터 성격을 많이 바꾸려고

노력하고 웃는 연습을 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웃으면 성격도 변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을 학점으로 계산한다면 몇점 정도 될까요.

“의학이 발달해서 전염병은 줄어들었지만 성인병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성인병은 20세를 넘어서 걸리는 병인데 요즘에는

초등학생들까지도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고 중풍.당뇨병에 걸리고

있습니다.운동 20점,영양 20점,스트레스관리 20점

,기뻐하는 건전한 생활 20점,기타 20점등 1백점 만점에 현대인은 50점도

채 못될 거예요.

운동도 하지 않고,짜증나고 남을 괴롭히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 곰곰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0점도 많을 거예요.”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까.

“우리는 신나게 살기 위해,그리고 보람있는 일을 하기 위해 건강해야

합니다.위암 3기면서 어떻게 보람있게 살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그리고

식생활을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며 운동을 생활화해야

합니다.마지막이 중요한데 항상 기뻐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얼마나 나쁜지는 쥐를 실험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쥐에게 첫날 송곳으로 가볍게 찔러 겁을 주고 다음날 또

찌르고,이렇게 3일만 하면 쥐는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도 약해지고

위궤양이 걸리는등 질병에 걸립니다.사람도 마찬

가지입니다.

기쁜 마음이 곧 건강

운동을 하면 상쾌해지는데 이는 우리의 뇌에서 만들어지는

노르에피네프린.베타엔도르핀.세로토닌과 같은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입니다.갱년기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이보다 더좋은 처방이 없는

것이지요.

또 남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그리고 고마움을 알고 기쁜 마음을

유지하면 우리 몸 자율신경의 하나인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져

혈압.대사분비.장기등이 모두 원만해집니다.결국 마음이 곧 건강입니다.

-교수께서 말씀하는 것은 모두 상식적인 내용인데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의학.건강상식입니다.또 누구나 돈

10원 들이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쉬운 방법들입니다.그런데 사람들은

곰쓸개를 먹어야 건강하다는 것을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변이

누런 색을 띤 것은 쓸개가

건강해서 담즙이 흘러넘쳐 나오는 것입니다.쓸개는 쓸개 빠진 사람이나

먹어야 하는 것이지요(웃음).

-가정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시는지요.

“가정이 편하면 직장이 편하고,직장이 편하면 사회가 편한 것이지요.나는

가끔씩 일찍 들어가'여보 당신같이 착한 사람이 나한테 시집와 고생이

많다'며 산책을 하자고 권합니다.처음에 이말을 꺼냈을 때는 무뚝뚝한

사람이 이게 웬일이냐 싶

어 쳐다보더니 나중에 눈에 눈물이 고입디다.부부의 잠자리도 조금전에

얘기했듯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야 원만해질 수 있습니다.

내 마음에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면 그것이 얼굴표정뿐 아니라 몸에

나타납니다.화가 난 사람이 발기되는 것 봤습니까(웃음).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부모가 착하고 남을 위해 살면 그 뜻을 따르게

됩니다.그리고 한보사태도 터졌지만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돈으로는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받은 돈은 어떻게 하느냐고요? 건강에 과거를 따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과거는 묻지 맙시다(웃음).테레사수녀는 돈을 벌지

않고 봉사만 했는데도 엄청난 기금을 모으고 남을 위해 살지

않았습니까.”

'건강전도'계속할것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십니까.

“보통 오전5시에 기상해 기도하고 아침식사를 한뒤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합니다.8시부터 오후5시까지 근무하고 이후에는 강연이나 교회에

가서 목회활동을 합니다.

보통 집에는 오후10시쯤 귀가해 TV를 끄고 가족이 모여 30분에서 1시간

정도 대화하는 시간을 갖습니다.딸들이 출가하기 전에는 일곱 식구가 모여

그날 있었던 가장 재미있던 일들을 얘기하게 하는데 다른 사람도 말할 수

있게 5분이

상 발언권을 주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의 건강을 위해 좋은 계획이라도 세우셨는지요.

“저에게 주어진 건강전도사의 역할을 열심히 할 예정입니다.방송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국민들이 건강지식에 얼마나 목말라 하고 있는가를

알게됐습니다.그래서 강연회.신문.책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내용의 건강지식을 꾸준히 보급하려고 합니다.사람들이 건강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제 일이라는 사명감을 갖게 됐습니다.”

黃교수는 방송출연 이후 1백여곳에서 강연요청이 쇄도했으나 이를 모두

수용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정리=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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