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북한 난민 몰려올까 걱정-北.日 교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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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은 한국민에게는 여전히'금단의 땅'이다.일본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일본정부는 북.일간 국교수립에 대해'전후 일본외교의 마지막 과제'라며 당위성을 역설한다.그러나 현실적으로 불투명한 북한정세와 한국.미국의 태도,4자회담 개최,전

후 보상문제등에 대한 입장차이가 얽혀 수교교섭이 재개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과 북한은 대신 민간교류 형식으로 사람과 물자가 오가도록 숨통을 터놓고 있다.드물지만 일본정부 관료도 북한을 방문하며 북한요인이 학술.문화교류를 구실로 방일(訪日),수교교섭을 타진하고 식량.자금지원을 모색하기도 한다.북.일간

교류는 관료.정치인과 경제인,학계.문화계 인사,일반관광객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분야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교통편도 니가타(新潟)항을 이용하는 만경봉호를 비롯,베이징(北京)경유 중국항공편,나고야(名古屋)공항과 평양을 오가는 전세기편등 과거에 비해 매우 다양해졌다.

일본정부는 방일을 원하는 북한인의 인적사항.방문목적.교통편.체류일정등을 상세히 기재한 신청서류를 받아 검토한 뒤 허가를 내준다.공식적으로는 학술.문화등 비정치적 분야의 교류에 한정되며 절차는 보통 3주가량 걸린다.북한으로 가는 재

일동포.일본인도 일본정부의 심사절차를 밟아야 원만히 일본에 귀국할 수 있는 허가(재입국허가)를 얻을 수 있다.북한방문을 원하는 일본인중에는 8월의'천연송이버섯 따기 여행'이 가장 인기라고 한다.재미있는 것은 아무래도 더 아쉬운 쪽인

북한당국이 옛소련처럼 여행객의 여권에'증거'가 남지 않도록 자진해 배려하고 있는 점이다.

북한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한 일본인은“여권에는 아무 자국도 내지않고 입국도장을 찍은 흰 종이로 비자를 대신하더라”고 말했다.북한.일본을 오가는 단골 교류층은 역시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이다.상당수 조총련계는 총9만5천여명에 달하는

북송교포와 연고를 갖고 있다.잦은 여행 배경에 악화일로의 북한 식량난이 있음은 물론이다.“북한과 수교해도 달가울 것이 없다.난민이나 다름없는 북한주민이 합법적으로 일본에 몰려들면 그야말로 큰 일”이라는 일본정부 관계자의 말은 북.일

교류의 또다른 측면을 단적으로 짚어주고 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사진설명>

91년 북한과 일본을 잇는 첫 민간 관광전세기인 북한의 TU-154기가

나고야공항에 기착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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