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지리산 얼마든지 즐겁게 걸을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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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리산이라고 하면 큰 마음먹고 힘들게 올라야 하는 산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더군요. 사실은 걸으며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이 널려 있는 산인데 말이죠.”

산악인 성락건(63·사진·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씨가 지리산을 재미있게 걷는 방법을 소개한 책 『연인과 숨어 살고 픈 지리산』(293쪽·고산자의 후예들·1만5000원)을 펴냈다. 지리산을 주제별로 쉬엄쉬엄 걸으며 즐기는 방법을 소개했다.

주제가 지리산 둘레 걷기, 신비로운 샘물 마시며 걷기, 도인 찾아 걷기, 강 따라 지리산 오르기, 전망대 찾아 걷기, 지리산 주변 절 순례, 가야왕국 흔적 걷기, 야생초 기행, 외딴집 순례, 빨치산 루트 탐사, 굴 찾기, 큰나무 찾기,소(沼)와 폭포구경, 멋진 바위 찾기 등 방법이 20여 가지에 이른다.

지리산 둘레 걷기를 예로 들면, 지리산 주변 강 따라 걷기(섬진강→덕천강→경호강→횡천강), 국도 따라 걷기(19번→2번→3번→24번 국도), 고개 이어 걷기(상불재→당재→밤재→성삼재→영원재→쑥밭재→새재→묵계재) 등이 있다. 부처님 오신 날에 하기 좋은 지리산 주변 절 순례(실상사→약수암→문수암→영원사→도솔암)와 가야왕국 흔적 걷기(두지터→구형왕릉→추성동→왕등→왕산)도 있다. 책 뒤편에는 지도까지 덧붙였다.

올 들어 사단법인 숲길(이사장 도법 스님)이 100여 개 마을을 이어 지리산 둘레 300㎞를 따라 걷는 길을 뚫고 있지만, 성씨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지리산 주변 걷기 코스를 개발해 주변에 보급해 왔다.

2000년 한 해 동안 중앙일보와 함께 지리산 주변을 주제별로 걷는 ‘지리산 테마여행’행사도 주관했다. 책 내용도 이때 안내했던 코스를 중심으로 삼았다.

“주제를 정해놓고 도로와 강·고개 등 자연을 따라 걷으면 돼요. 일부러 돈 들여 팻말 세우고 걷기 코스를 뚫어야 하나요. 그 참.”

그는 오랫동안 히말라야를 등반해 온 전문 산악인이다. 1985년 10월 가우리상카르봉(해발 7134m) 원정대원으로 처음 히말라야 땅을 밟은 뒤 30여 차례나 다녀왔다.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보는 서양 산악인들의 시각이 어느새 우리를 지배하고 있더군요. 8000m급 고봉에 맞는 알피니즘이 국내의 낮은 산에도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어요.”

그래서 산을 즐기는 법을 찾아 나섰다. 히말라야에 갈 때마다 정상을 오르지 않고 산 기슭 산길을 따라 한 달씩 걷기만 하는 외국인 순례객들을 보면서 이러한 생각을 구체화했다. 88년부터 히말라야 정상을 밟는 등정을 포기하고 국내에서 희망자를 모아 히말라야 트레킹 가이드를 해왔다, 그러다 지리산으로 눈을 돌린 것이 2000년.

“산은 스포츠의 무대가 아니라 정신과 영혼을 살찌우는 학교입니다. 정상을 향해 정신없이 오르는 것보다 걸으며 풍경을 즐기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는 지리산 걷기 전문 여행사를 세우는 것이 꿈이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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