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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다문화간 정신의학회'참석 이시형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일본 정신의학자들이 재일한국인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그들의 관심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최근 일본 후쿠오카(福岡)시에서'이민과 문화'를 주제로 개최된'다문화(多文化)간 정신의학회'에 다녀온 강북삼성병원 李時炯(63.삼성생명 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박사는 일본 정신의학자 2백여명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특히 재일한국인의 정신

병리에 관한 주목할만한 내용의 논문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다문화간 정신의학회'가 의미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일본에서 재일한국인의 정신장애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한 것은 처음입니다.재일한국인의 정신장애를 이해하고 지원하자는 언급은 이제까지 거의 없었지요.”

-재일한국인 정신장애인에 대해 일본학자들이 특별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세미나 초반부에 닛폰 마쓰에우에야마(二本松會上山)병원의 이가라시 요시오(五十嵐善雄)가'일본은 정신대.대량학살등 한국인에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짓을 많이 했다.우리가 진심으로 사과할 때 정신병리학적인 도움도 가능하다'고

말해 장내가 숙연해졌어요.정치.사회적으로 일본내 한국인은 특별한 위치에 있고 그것을 무시하고는 정신병리학적인 접근도 어렵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임상사례도 발표됐습니까.

“자신이 순일본인임을 주장하는 재일동포 2세의 사례가 있었죠.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이는 그는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후지산과 태양을 그리지만 노래는'아리랑'을 흥얼거립니다.또 치마저고리를 입은 인형을 자주 사오기도 하지요.그러나 노래와

인형에 대해 물으면 모른다고 한다는 것입니다.또 미국 LA에 이민한 한국인이 일본에 이민한 한국인보다 훨씬 잘 적응한다는 비교논문도 발표됐죠.”

-사회적 차별을 철폐하지 않고는 재일한국인의 정신병리학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도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저는 민간차원의 이런 진지한 접근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봅니다.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외국 근로자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 그들에 대한 이같은 접근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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