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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代 이 사람을 주목하라] 25. 열린우리 김영주 당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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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 김영주(49.비례대표) 당선자는 학창 시절 농구선수였다. 서울 무학여고를 졸업한 뒤에도 서울신탁은행 선수로 3년간 활약했다. 체력의 한계를 느껴 농구를 그만둔 뒤에는 은행 창구에서 평범한 행원으로 일했다. 실물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새로운 일에 그는 재미를 느꼈다. 농구보다 수월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5~6년 후배인 남자 행원보다 월급이 적다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 그는 노조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행원으로 일한 지 4년 뒤인 27세(1981년) 때 그는 신탁은행 지점의 노조 분회장이 된다. 노조원의 다수인 여자 행원들의 지원에 힘입어 직선으로 뽑힌 것이다. 85년엔 은행 노조 여성부장이 됐고, 95년엔 전국 금융노련 상임부위원장이 된다.

여성으로 전국 금융노련 임원이 된 것은 최초의 일이다. 그는 노조 활동을 하면서 남녀 행원 차별을 없애는 일에 주력했다. '여(女)행원제' 폐지는 그가 금융노련 임원으로 있을 때 거둔 성과다.

그는 "한번도 스스로 노동운동가라거나 여성운동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누구든 인격적인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신념에서 노조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노동현장에서 느낀 문제점을 입법 활동 등을 통해 직접 개선해 보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난 17대 총선 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선 사무차장을 지냈다. 은행에서 돈을 만졌던 경력 때문에 회계 책임을 맡은 것이다.

그는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농구를 할 때 고생을 하도 많이 해서 노동운동을 할 때도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그는 "국회에서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 노동계 인사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며 국회에 들어간 뒤에는 그냥 안주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정치인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도 그 같은 약속을 공식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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