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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빅 브러더' 중국] 5. 싱가포르 등 FTA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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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중국을 방문한 베트남의 판 반 카이 총리(左)가 지난 2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영접을 받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중국과 인도가 앞으로 동남아 국가들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영자지 자카르타 포스트의 레이먼드 토루안(59)주필은 아시아를 휩쓰는 중국풍(風)을 낙관한다.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집중 현상 때문에 동남아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시각과는 배치된다. 실제 요즘 동남아 각국에선 중국 변수를 활용해 미.중.일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자는 '중국 활용론'이 힘을 얻고 있다.

토루안 주필은 "미국은 테러 전쟁에 정신이 없고, 유럽연합(EU)은 신규 회원국이 많아져 아시아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다"며 "인도네시아는 중국.인도와의 3각 협력관계를 구축해 아시아 경제의 허브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도 지난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도 선진국답게 중국 활용 전략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물론 정치.군사 분야에선 미국을 절대적인 맹방으로 대접한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 뒤인 지난해 7월 치안유지를 위해 경찰 병력과 수송함.수송기를 가장 먼저 파견한 국가도 싱가포르였다.

싱가포르 군 관계자는 "싱가포르에는 매년 100여척의 미국 군함이 들어온다"며 "이곳은 서태평양에서 작전을 벌이는 각종 함정.항공기의 정비.보급 기지"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경제 분야로 가면 실리외교의 진면목이 확연하다. 리셴룽(李顯龍)부총리는 최근 중국을 방문해 "양측 간에 FTA를 신속하게 체결해 무역을 자유화하자"고 제의했다. 중국과의 각종 경제협력 사업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신장섭 경제학과 교수는 "싱가포르가 FTA에 적극 나서는 것은 산업구조를 조정하고 다국적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며 "요즘엔 중국 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이미 영어.중국어가 통하는 국제 도시라는 강점을 내세워 2000여개에 이르는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중국과 전쟁을 벌인 역사를 갖고 있는 베트남 역시 절묘한 줄타기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중국을 최대 가상 적국으로 상정하면서도 군 장교들이 연 200~300명씩 중국으로 연수를 떠난다.

중국 경제의 부상은 동남아 각국의 자원 개발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인도네시아엔 요즘 중국인들의 유전(油田)사냥이 한창이다. 중국석유.중국석화(石化) 등 중국 업체들이 "좋은 유전만 있으면 가격에 관계없이 모두 현찰로 구입하겠다"며 달려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인도네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국제 시세보다 높은 값에 계약해 탄구 가스전(매장량 140조㎥)에 연산 700만t의 LNG플랜트(2007년 완공 예정)를 건설하고 있다.

싱가포르.자카르타=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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