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수사발표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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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보사건 관련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최병국(崔炳國)대검중수부장이 19일 오후2시부터 35분간 26쪽의 발표문을 읽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나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등에 대해 명쾌한 설명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홍인길(洪仁吉)의원이 청와대 총무수석 재직시 정태수(鄭泰守)총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공소사실이 추가됐지만 정작 돈을 준 鄭총회장의 공소장에는 이 내용이 빠져 한때 논란.

중수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알선수재의 경우 돈을 준 사람은 처벌할 수 없게 돼 있어 鄭총회장의 공소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검찰주변에서는 洪의원이 총무수석 재직시 돈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만이라도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뇌물수수죄를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

…검찰이 밝힌 鄭총회장의 유용자금 사용처에서 鄭총회장의 소문난'씀씀이'가 그대로 반영돼 화제.

검찰에 따르면 鄭총회장은 해외 출장 나갈 때마다 보통 15명이상의 직원을 대동하고 거래선에 고가의 선물을 하느라 모두 55억원의 해외진출 경비를 썼으며 외국 바이어와 초빙 외국인 기술자 접대비등으로 영업 활동비 2백74억원을 사용

했다는 것.

…崔부장은 이날 거액대출 배경에 대해“한보철강에 대한 시중은행의 대출이 94~96년 사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해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보의 92년 대선자금 지원설등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

…검찰은 수사종결 단계에서 '축소수사''짜맞추기 수사'등의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공소장과 발표문 작성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는 후문.

특히 이번 사건의 주연격인 홍인길의원의 수뢰액수와 대출 외압과정에서의 역할.비자금 항목등을 어떻게 분류할지 등을 놓고 수사팀 안에서도 한때 의견이 엇갈렸다는 것.

…검찰의 한보사건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된 19일 오후 한보그룹은

공식입장을 내지 않은채 침묵으로 일관.

이날 수사발표를 지켜본 한보 직원들은“앞으로 회사장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남아있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태가 수습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

한보의 한 관계자는“지금 상황에서 회사가 무슨말을

하겠느냐”며“수사결과 자금유용부분이 액수와 항목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은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설명.

또 다른 한보 관계자는“鄭총회장과 김종국(金鍾國)재정본부장은 결국

기소됐지만 정보근(鄭譜根)회장과 나머지 계열사 사장들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촌평.이날 한보그룹은

한보철강의 대부분 임원들이 이미 퇴

사한데다 일부 부서 직원들은 연월차 휴가를 이유로 자리를 비워 대체로

썰렁한 분위기. 〈이철희.이수호.정철근 기자〉

<사진설명>

정재철

김우석

홍인길

권노갑

정태수

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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