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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이태백 ⑦] 중국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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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생 취업난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심각하다. 아무리 9%대의 고성장을 해도 해마다 3백만명 정도의 대학생을 배출해 내니 그럴만도 하다. 중국 국가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매년 대졸자 30만명 이상이 실업자로 전락한다. 때문에 중국언론에서도 이태백 탈출에 대한 각가지 조언을 싣는다. 최근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에는 중국 기업경영인들이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한 몇가지 충고가 실렸다. 우리나라 이태백들도 새겨볼만한 내용이 많아 소개한다.

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북경대 취업지도센터는 졸업생들에게 성적이나 명문대를 나왔다는 자만심을 갖지 말라고 주문한다. 취업에 해롭기 때문이다.그는 대신 모든 재학생들에게 이론이 아닌 실제 사용가능한 기술이나 업무능력을 배양하라고 가르친다. 또 자신이 취업을 원하는 회사문화에 적응력을 높히도록 폭넓은 대인관계를 구축하라고 충고한다. 머리로 취업하지 말고 가슴과 행동으로 취업하라는 뜻이다. 이 센터의 런좐중(任占忠) 주임(실장)은 “기업은 꼭 성적이나 학교를 보고 인재를 뽑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북경대가 이런 취업지침을 내놓은 이유는 뭘까. 바로 기업에서 그런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용요우(用友)의 인력연수원 탕창준(唐長軍) 원장의 얘기부터 들어보자.
“학창시절은 일종의 수동적 태도가 일상을 지배하는 시기입니다. 정해진 커리큘럼, 매년 같은 시기에 치뤄지는 시험, 점수에 의한 서열화등 대학생활은 대부분 타율에 의해 강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자연스레 자신의 개성화나 창조적 정신함양 보다는 매사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나 기업은 이같은 수동적 태도로는 하루도 버티기 힘든게 요즘 세상입니다.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남과 차별화를 해야하고 나만의 경쟁력을 높혀야 다른 기업을 누르고 일어설 수 있지요. 따라서 취업의 첫 관건은 자신이 얼마나 능동적 사고를 가졌느냐로 결정된다고 봅니다.”

그는 “그러나 요즘 대학생 면접을 해보면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수동적 태도’”라고 꼬집었다.

“말로는 다 자기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자신감 있다고들 해요. 그러나 일을 시켜보면 능동적으로 뭔가를 해결해 보려는 신입사원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능동적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남들이 못보는 것을 찾아보고 남과 다른 뭔가를 창조하려는 부단한 노력이후에 생성되는 심리적 태도입니다.”

그는 끝으로 “말로만 능동적 태도를 갖추고 있다는 학생들을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일본의 마쯔시타(松下) 중국지사 천카이(陳愷) 인력자원부장은 학생들의 ‘평상심’을 강조했다. 쓸데없는 과욕이나 허영을 부리지 말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작한다는 마음을 굳게 가지라는 충고다.

“요즘 학생들은 무엇이든 자 자신있다고 합니다. 맹목적 자신감이죠. 또 회사에서 중요하고 좋은 부서에서 일하고 싶다고 해요.
그러나 막상 일을 맡겨놓으면 이론과 실무 격차가 얼마나 큰지를 알고 좌절합니다. 예컨대 최근 한 명문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학생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원하는 부서에 배치했더니 일을 못하고 쩔쩔매요.”
陳 부장은 “회사가 원하는 자신감이나 적극성은 무조건 말로 하는게 아니고 회사문화를 배우고 자기업무를 성실하게 배우려는 자세를 전제로 한 자신감”이라며 “이는 신입사원 채용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우선 취직하고 보자는 ‘묻지마 ’식 취업은 회사나 개인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는 충고도 잇따랐다.
“화공과를 졸업한 학생에게 어느 분야에서 일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영업이든 관리든, 생산현장이든 어디든 관계없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학생들은 취업기준으로 우선 수입을 봅니다. 그리고 자기가 어떤 분야에서 꿈을 키워나갈지 아무런 계획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취업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원서를 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회사의 문화가 어떤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자기 회사에 대한 이해가 많은 사람도 뽑을때 신중을 기하는데 하물며 회사가 어떤지도 모르고 어느분야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도 없는 학생들을 뽑을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陳 부장의 말이다.

대학성적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唐 원장은 신입사원 채용시 학교성적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이 좋다는 것은 기억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머리에 의존하다보니 실천력이 떨어지고 대인관계에도 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요즘은 대학의 좋은 성적이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닙니다. 오히려 특별한 재주와 업무적응 능력이 뛰어난 개성을 가진 사람을 중시합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선양=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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