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불황.파업여파 직장인들 휴무 반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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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토요 격주휴무일을 반납합니다.” 경기 침체와 노조 파업등으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이 스스로 쉬는 날을 마다하고 일터로 나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쉬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게 더 급하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생산현장 근로자(블루칼라)에서 사무.관리직 사원(화이트칼라)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노동법 개정으로 심한 몸살을 앓은 자동차등 주요 업종의 경우 회사에서 수당이나 보수를 별도로 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직원들이 토요 격주휴무일을 반납하고 있다.자원봉사 형식인 셈이다.기업에서 실시하는 토요 격주휴무제는 대부분 토요일을 두번 쉴 경우 그달치 월차휴가를 쓴 것으로 간주해 월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달말부터 과장급 이상 3천4백명이 토요 격주휴무일을 반납하고 정상 출근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는 직원들의 이런 분위기에 화답,본사 사무실 중에서'햇빛이 잘 드는 창가의 좋은 자리'를 일반 직원들에게 주기 위해 주초부터 공간재배치 작업에 들어간다.지금까지'좋은 자리'는 주로 임원이나 부장 몫이었다.이회사 임원들은 이에 앞서 이달부터 파업 여파가 해소될 때까지 급여의 10%를 자진 반납키로 했다.

이용훈(李龍薰) 현대자동차 이사는“파업 이후 경영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다같이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가 강하게 일고 있다”며“휴업등으로 생산차질이 심했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1년을 열한달로 생각하고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도 노조의 파업으로'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지난달 중순이후 본사를 중심으로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 전원이 토요 격주휴무일을 반납했다.기아 관계자는“이런 비상체제는 경영정상화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정공의 경우 이번주부터 경리부와 재정부를 중심으로 본사 임직원 전원이 토요 격주휴무일을 자진 반납키로 했다.이 회사는 이와함께 근무 분위기 쇄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토요일 정장하기▶근무시간 10분전 자리에 앉기▶벨이 세번 울리기 전에 전화받기등 운동도 펼치기로 했다.

만도기계 임원 60여명도 최근 노동계파업.한보사태등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주부터 격주 토요휴무일을 반납키로 했다.

쌍용자동차도 현재 일부 관리직 사원들이 토요 격주휴무일에도 근무하고 있으나 조만간 전 사원들이 휴무일을 반납할 예정이라고 회사측 관계자는 전했다.

윤인걸(尹仁杰) 현대그룹 상무는“현재 재계의 사기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다”며“이런 침체된 분위기를 바꿔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임직원들의 노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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