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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뜬 달·장미꽃 … 원주 구도심‘문화’를 입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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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3일 원주시 원동 KBS원주방송국 담장에 벽화가 그려졌다. 27m 길이의 벽화는 공공미술프리즘이 둥근 달과 시화(市花)인 장미를 그린 그림과 쇠로 만든 조형물, ‘달과 인연’을 주제로 시민이 한지로 만든 10점의 시화(詩畵) 등으로 꾸며졌다. 초승달 반달 보름달 그믐달로 변하는 모습은 시민들이 참여해 노랑과 흰색 타일을 붙여 완성했다.

원주시민연대 회원과 시민, 공공미술프리즘 회원들이 3일‘비타민 거리 프로젝트 0.9’사업의 하나로 KBS원주방송국 담장 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 [원주시민연대 제공]


원주 중앙동 지하상가에서 KBS원주방송국까지 0.9㎞의 거리가 문화의 옷을 입는다. 이곳은 원주에서 시민 보행이 가장 많은 곳 가운데 하나지만 원일프라자 개발 실패와 지난해 원주시 청사 이전 등으로 활기를 잃고 쇠퇴하는 거리. 이 거리에 문화라는 영양분을 줘 활력의 거리로 만드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름하여 ‘비타민 거리 프로젝트 0.9’로 구도심을 재생하는 사업이다.

원주시민연대가 한국토지공사 초록사회만들기후원회의 후원으로 시민과 함께 꾸미는 비타민거리 프로젝트는 올해 1단계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3단계로 나눠 추진된다.

1단계 사업은 원주문화원 앞에 있는 추월(秋月)대에 맞춰 ‘가을 달’을 컨셉으로 삼았다. KBS원주방송국 담장 벽화 이외에 길 건너 흥국생명 앞에 달 모양의 항아리 화분을 설치했다. 자원봉사자가 4계절 꽃과 나무를 바꿔가며 가꾸게 된다.

버스 정류장의 지붕도 가을 달과 시목(市木)인 은행나무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바꿨다. 시민이 쉴 수 있는 벤치도 설치했다. 1단계 사업은 5일 마무리된다.

2009년 추진하는 2단계 사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당초 지하상가에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며, 사후 관리까지 책임지는 청소년문화공간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원주시가 공공청사와 연계해 이곳을 리모델링하자 계획을 유보했다. 시민연대는 16일 이곳 준공식 후 공간 사정을 보고 2단계 사업계획을 짤 방침이다.

3단계 사업은 옛 연세병원 앞 등 2곳의 버스정류장을 타고 내리는 기능 이상의 역할을 하는 버스정류장으로 바꿀 계획이다. 지난해 만든 토지문학공원 버스정류장이 모델이다. 또 우체국 앞 등 2곳의 버스정류장에 조형물을 설치한다. 이후 0.9㎞에 설치된 공공조형물에 지역의 색깔과 테마를 입혀 생기를 불어 넣을 계획이다. 원주시가 이 거리와 가까운 곳에 추진하는 ‘차 없는 거리’와 연계한 문화벨트를 설명하는 ‘문화거리 걷기 지도’도 만든다. 비타민거리 프로젝트는 홍보를 위한 거리축제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원주시민연대는 비타민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꿈의 도시 꾸리찌바』의 저자 박길남 씨를 초청하는 등 네 차례의 강좌를 진행했다. 상가 및 시민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하고, 안산과 파주 헤이리 등을 견학해 계획안에 반영했다.

원주시민연대 김진희 대표는 “비타민 거리는 신도시 개발로 활기를 잃고 있는 구도심의 문화 및 경기 활성화는 물론 도시디자인에 대한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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