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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게이트>한보 의혹사건 관련 김현철씨 조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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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보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金賢哲)씨 조사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태도변화를 보여오다 金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직접조사키로 15일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 결정이 정태수(鄭泰守)총회장 구속만기일을 불과 4일 남겨 놓고 내려져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파악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 의문인데다 수사 경험칙상 이례적인 것이어서'정치권과의 고단위 조율'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수사 초기단계부터 金씨에 대해“전혀 조사할 이유가 없다”던 검찰이 처음으로 입장변화를 보인 것은 지난 12일. 검찰의 한 고위 간부가“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金씨 조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그러나 다음날인 13일 金씨측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자“어떠한 방법으로도 金씨를 조사할 계획이 전혀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특히 검찰은“시중의 설(說)만 갖고 조사할 수는 없다.육하원칙도 갖추지 못한 설을 토대로 무엇을 조사하란 말이냐”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다음날 검찰의 입장은 또 다시 바뀐다.

최병국(崔炳國)중수부장이 14일 오후 극히 이례적으로 기자실로 전화를 걸어“(金씨가 개입된)증거가 제출되거나 구체적인 혐의사실을 통보해 주면 언제든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崔부장은 또“그동안 제기된 설이 구체적으로 범죄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때도 불러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거짓말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유명한 崔부장의 이같은 통보에 따라 이때부터“金씨 조사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퍼지기 시작했다.더구나 崔부장의 이같은 발언에 화답하듯 金씨는 15일“국민회의 한영애(韓英愛)의원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뒤 직접 조사를 받겠다”고 밝혀 정치권과 조율 가능성에 무게를 더해줬다.

이에 검찰은 고소내용과 관계없는 시중의 의혹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조사를 벌이겠다고 했다.증거가 없어 조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 크게 바뀐 것이다.

검찰이 명예훼손 고소사건의 경우 해당 지검에서 수사를 해오던 전례를 깨고 대검에서 이 사건을 직접 맡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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