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잡는 '펀(fun)플'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터넷 댓글에서 ‘악플’이 줄어들고 있다. 남을 비방하는 내용의 악성 댓글보다는 남을 칭찬하는 내용의 ‘선(善)플’, 위트 넘치는 ‘펀(fun)플’이 대세다.

◇ ‘엄친아’ 기사엔 “엄마가 제발 컴퓨터 켜지 않으시기를~” = 최근 온라인 댓글 트렌드의 키워드는 센스와 유머다. 베플(베스트 리플)이 증가하면서 재미있는 리플을 보기 위해 기사를 클릭하는 경우도 많다. 기사가 나오면 내용만 대략 읽은 뒤 흥미로운 댓글부터 뒤지는 게 유행이다.

네티즌 수 천명의 추천을 받는 리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포털사이트 싸이월드의 경우 네티즌 추천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선플이나 펀플이 아니면 ‘베플’로 선정될 수 없다. 연예인 관련 기사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근거없는 비방이나 루머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악플을 단 네티즌을 꾸짖는 자정의 목소리가 드높다.

최근 서울대 최연소 합격생이 퀴즈 프로그램에서 골든벨을 울렸다는 기사에서 많은 호응을 얻은 댓글은 ‘축하한다’는 평범한 내용이 아니다. “엄마와 나는 더 어색해지는 아침이야”“엄마가 오늘은 컴퓨터를 켜지 않으셔야 할 텐데” 처럼 유머가 넘쳐난다. 성적이나 외모 등 모든 방면이 훌륭해 자신과 비교되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준말)’에 빗댄 것이다.

월드컵 응원 열풍을 되돌아보는 기사에서는“2002년 고3, 미친 듯이 응원했습니다. 그러다 재수했습니다”라는 웃지 못할 동정성 댓글이 인기였다. 물가와 환율 폭등 관련 기사에는 “물가 오르고 환율 오르고 진짜 내 학점 빼고 다 오르는 것 같다”는 생활 공감형 댓글이 많은 추천을 받았다.

◇ 뜬금없는 댓글에 ’피식‘ =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이 풍자나 유머를 적용한 댓글도 인기다. 아침부터 쏟아져 나오는 기사 아래 종종 “출근한 지 ○○분째. 퇴근하고 싶다”는 댓글이 올라와 직장인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한 네티즌은”“‘퇴근하고 싶다’는 베플은 이제 그만 올라왔으면. 번듯한 직장이라도 있으니 감사해야 한다”며 “일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그렇게 일하기 싫으면 퇴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를 넘겨주던가”라고 꼬집었다. 수능 즈음에는 “나는 누구이고 이 곳은 어디인가”라는 뜬금없는 댓글이 웃음을 선사했고“어제 수능 망쳤다. 한번 만 베플해줘”라는 읍소형 댓글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요즘 한참 뜨는 유행어를 패러디한 댓글도 인기다. “휴대전화로 답 문자 보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란 최근 싸이월드 이벤트 조사 질문에는 “난 핸드폰은 있는데 문자가 안 올 뿐이고, 그래서 그냥 알람 시계 용으로 쓰고 있을 뿐이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 문자 쓰는 척 핸드폰 만지작거릴 뿐이고…”라는 ‘안상태 기자’의‘뿐이고’ 유행어를 구사한 댓글이 최다 추천(1만1878건)을 받았다.

‘착한’ 댓글도 인기다. ‘한글날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예쁜 우리말을 달아달라’는 이벤트 문답에서는 “악플을 남기지 않는 것이 예쁜 우리말이라고 생각됩니다. 공감 되시는 분 눌러달라”는 글이 1만2000건의 추천을 받아 베플로 선정됐다.

악플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성 댓글도 공감을 얻고 있다. 식물 인간이 된 아내를 살리려고 10년 간 발가락을 깨문 중국 남성에 대한 외신 기사에 대해 “이런 기사에 악플 달면 알아서 해”라며 일찌감치 악플에 쐐기를 박는 댓글도 큰 호응을 얻었다.

싸이월드 신희정 과장은 “댓글 실명제를 실시하고 나서 스팸이나 악성 댓글이 훨씬 줄어들었다”며 “선플 캠페인이나 댓글 정화를 위한 온라인 서명 운동 등을 계속 전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희 기자

[J-HOT]

▶ 靑경제수석 "환율 이렇게 될거 실탄이나 아낄걸…싶다"

▶ 예산 깎인 교사, 기상천외 '시험지에 광고' 대히트

▶ 盧때리기로 포문, 추미애가 움직인다

▶ 앞면 다이아 뒷면 여인 형상 '흔들바위' 발견

▶ 전 부인 "딸이 '조성민=김수철'쓴 글 사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