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개각 高心이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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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중으로 예정된 개각이 고건(얼굴) 총리의 제청권 행사에 대한 고심으로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다. 高총리가 제청을 수락할 경우엔 통일.보건복지.문화관광부 등 3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르면 26일께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두 차례 만난 高총리는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정서적으로 물러날 총리가 새 각료를 제청하는 것이 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高총리는 또 "부담을 주거나 누가 되는 것은 떠나는 총리의 도리가 아니지 않으냐"고 얘기했다고 金실장은 밝혔다.

高총리는 지난주 말 지인들에게도 "원칙에 관한 문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며 제청권 행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金실장은 "高총리가 끝내 뜻을 확고히 하고 고사할 경우는 새 총리가 제청을 하는 게 순리이고 그러면 개각이 늦어질 것"이라며 "내일 高총리를 만나 다시 한번 '도와달라'고 부탁할 것이며 앞으로 2~3일이 고비"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高총리의 '제청권 행사'에 대해 낙관적 기대를 하는 분위기다. 金실장은 이날 "高총리는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는 쪽으로, 무엇이 누가 안 되는지를 생각하자는 입장이었다"며 "모든 인사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는데 대통령이 개각 의사를 갖고 있으니 깊이 생각해달라고 高총리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高총리가 주저하는 이유인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봐'에 대해 "오히려 대통령이 바라는 바"라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한 고위 관계자도 "金실장이 高총리를 계속 설득하면 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高총리가 제청을 수락할 경우 개각은 주중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金실장은 이날 "내일 모레 사이에 개각은 안 된다"며 "高총리가 수락할 경우엔 빨리 진행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26일이 석가탄신일이지만 윤태영 대변인은 "지난해 일부 개각도 공휴일에 단행된 예가 있다"고 했다. 개각이 단행될 경우 그 대상은 3개 부처로 국한할 것이라고 金실장은 밝혔다. 소폭이다. 金실장은 "내각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폭으로 결론낸 것"이라며 "늦어질 경우에는 폭을 알 수 없다"고 했다. 高총리의 제청권 문제가 불거져 폭을 줄였음을 시사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음달 추가 개각의 가능성도 열어놓은 셈이다.

3개 부처일 경우 대상 부처는 통일.보건복지.문화관광이 확정적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통일부 장관에는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가 치열한 막판 경합을 벌여온 가운데 '대북 협상력'이란 측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은 鄭전의장의 기용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金전원내대표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정리됐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차기 대권 수업차 입각하는 두 사람 중 통일부 장관 탈락자는 경찰을 지휘하고 선거를 다뤄볼 수 있는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교통정리해 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개각이 소폭으로 국한됨에 따라 '개혁 부진'으로 교체 1순위였던 보건복지부에 개혁성이 강한 金전대표를 배치하는 쪽으로 거의 결론이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부 장관에는 대선 당시 盧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데다 당에서 강력히 밀고 있는 정동채 의원이 내정 단계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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