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지않는 농작물 현실화 성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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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농작물이 영하의 기온에서도 얼지 않아 냉해에 강하고 신선도가잘 유지되게 만들 수는 없을까.최근 국내외 생물학자들 사이에서이런 농작물을 만들기 위한.월동(越冬)'단백질 찾기가 부쩍 활발해졌다.여기서 월동 단백질이란 겨울철 혹한기 를 잘 견디는 생물들이 분비하는 물질로 학술적으로는.반결빙(反結氷)단백질'로불리는 것들.
박테리아는 물론 알래스카 근해에 사는 일부 물고기등 고등생물까지도 이같은 반결빙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국대 황철호(黃哲浩)교수팀은 최근 국내산 보리에서 서너종류의 이들 월동 단백질을 발견했다.이미 한 종류는 유전자 분석을거의 마친 상태며 다른 단백질들도 연내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보리에서 뽑아낸 이들 반결빙 단백질의 유전자를 다른 식물에 옮겨 이들 식물의 상품성을 높인다는 계획아래 기업체와 협동연구를 추진중이다.실험의 성공여부는 내년중으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주 연구대상은 상추와 딸기.
상추와 딸기는 냉장운반시 조직이 쉽게 손상돼 상품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黃교수는“똑같은 기술을 채소류뿐만 아니라 늦가을에 수확되는 작물의 피해를 줄이는데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또 이같은 기술이 일반화되면 작물의 북 방재배 한계선을 훨씬 더 북쪽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추위에 강한 동물도 반결빙 단백질 유전자를 갖고 있다.포항공대 남홍길(南洪吉)교수팀은 이미 어류의 반결빙 단백질 유전자를담배에 이식,여기서 월동 단백질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바 있다.南교수팀이 사용한 월동 단백질 유전자는 양 태(명태와 비슷한 생김새의 어류)류의 바닷물고기에서 나온 것으로 외국에서 이미 관련 연구가 활발한 것들이다.
외국의 경우 캐나다.미국등지에서 지난 90년대 초부터 광어의반결빙 단백질 유전자를 일부 식물에 이식시켜 단백질이 생성되는것을 확인한바 있다.
그러나 모두 동물에서 유래한 반결빙 단백질이 식물에서도 결빙을 효과적으로 막았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없는 실정이다.
반결빙 단백질을 연구하면서 밝혀진 반결빙 기전과 식물의 동사(凍死)에 대한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식물의 동사는 식물세포 밖의 공간에 얼음이 형성되면서 세포의원형질막이 손상을 입어 일어난다.반면 반결빙 단백질은 얼음이 만들어지는데 필수적인 빙핵(氷核)의 표면에 달라붙어 이들 얼음결정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도록 한다.
〈김 창엽 기자〉 단국대 황철호교수가 보리에서 반결빙 유전자를 뽑아 다른 작물에 옮기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황교수는 생명공학연구소팀등과 공동으로 채소.잔디.딸기등에 이 유전자를 옮겨 넣어 동해를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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