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네르바는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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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금융가 뿐 아니라 인터넷 공간에서도 사이버 논객 ‘미네르바 찾기’가 한창이다. “허점 투성이 근거 없어 반박할 가치도 없다”(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안 없는 종말론자다”(홍사덕 의원) 등의 혹평과 “미네르바의 한 수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아 보인다”(MBC뉴스데스크), “내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스승”(김태동 성균관대 교수) 등의 호평이 엇갈리면서 곳곳에서 “도대체 미네르바가 누구냐”며 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됐다.

미네르바가 지난 9월 처음 사이버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금융권 인사들과 네티즌은 해박한 경제 지식과 화려한 수사 등으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목했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독일 마인츠대학(석사) 출신인 만큼 유 전 장관이 미네르바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정부 당국자가 "50대, 증권사에 다녔고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남자"라고 밝혀 유 전 장관은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미네르바의 영향력이 점차 확산되자 증권가에선 1990년대 당시 '미네르바의 부엉이'라는 제목으로 정보지를 만들었다는 한 증권사의 부장이 ‘진짜 미네르바’로 거론되기도 했다.

몇 주 후 ‘미네르바의 친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미네르바가 대한민국 재계의 유명인이 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사회활동도 많이 해 존경받는 기업인이라고 했다. 1% 상위층 중의 상위에 속하는 0.1% 극상위층”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진짜 미네르바다’는 소문이 퍼졌다. 1947년생인 김 전 행장은 ‘50대’ 조건에는 1~2살 부족했지만 ‘증권사 근무ㆍ해외 거주 경험ㆍ남성ㆍ0.1% 극상위층’의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IMF 외환위기때 국민은행장으로 6년 간 재임했고 업계 최고의 엘리트로 꼽히기도 했다.

또 김 전 행장은 지난 10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4억6900만원을 기부하기도해 '훌륭한 사회활동' 요건에도 부합했다. 그러나 김 전 행장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미네르바로 지목된 데 대해 “(인터넷으로) 글도 잘 보지 않는데 왜 미네르바냐고 묻나", “요새 내가 키우는 무나 배추에 푹 빠져서 살고 있어 다른데 관심 없다”고 부인했다.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기를 원하며 "찾지 말아달라"고 한 미네르바지만 그의 신분이 밝혀지기 전까지 금융권과 네티즌 사이에선 여전히 ‘미네르바 찾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네르바의 ‘신동아 12월호’ 발언록]

▶“건설업체 연쇄부도가 우려되고 상호저축은행에는 이미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이런 흐름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500선도 붕괴 될 것”

▶“강남의 부동산 가격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 강북 역시 추가 하락해 반토막 이상으로 떨어질 가능성 있다 2010년까지는 불황이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

▶“‘노란토끼’는 일본 환투기 세력, 일본은 최근 자진해서 IMF 자금 조달에 나섰다. 통화스와프가 아닌 IMF를 통한 한국자본 잠식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

▶“환율이 1500원에 근접했을 경우 KIKO의 실제 손실금액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80% 이상은 도산에 직면하게 된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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