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株 대량거래 이상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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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부도로 관리대상 종목으로 넘어간 한보철강 주식 거래에 이상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엄청난 빚더미를 안고 있는 만큼 실적이 호전되려면 몇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를 판인데도 거래는 오히려 지나치다 싶을 만큼 왕성한 것이다.
지난달 23일 부도후 주가 추락과 동시에 하루 거래량이 2천주에 불과할 정도로 꽁꽁 얼어붙었던 이 회사 주식 거래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일부터.
한보철강주는 이날만 무려 49만주가 거래됐고 3일(거래량 17만주)에 이어 4일에는 거래량이 69만주까지 뛰었다.또 4일주가도 1일보다 4백60원이 올랐다.
10일 현재 거래량은 8만7천주로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이마저도 관리대상 종목내에서는 최고수준이다.이처럼 한보철강 주식이관리대상내.스타종목'으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포항제철의 위탁경영과 채권은행단의 자금지원등 한보철강에 대한 정상화방안이 구체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 것을 매수세가 몰린 첫번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즉 부도가 나긴 했어도 경영진만 바뀔 뿐이지 회사는 결국 정상화될 것으로 전제,중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중장기 투자란 점을 감안해도 부도 직후 거래치고는 너무 왕성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한보철강이 짊어지고 있는 과다한 금융비용등을 감안할 때 경영정상화는 빨라야 몇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고 보면 투자시기로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한편 최근의 거래동향을 살펴볼 때 주가를 임의적으로 띄우려는작전세력이 개입한 것같지는 않다는게 증권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따라서.경영정상화'란 미끼를 이용,주가가 오른뒤 시세차익을 남기고 팔려는 투기적 투자자들과,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가를 다소 올린뒤 처분(물타기)하려는 일부 기존주주들을 이번 거래의주역으로 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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