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의혹 사건 관련 洪.鄭의원 狀 너무 간단 의문 남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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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이 11일 오후 신한국당 홍인길(洪仁吉).정재철(鄭在哲)의원을 구속하면서 영장에 기재한 범죄사실이 각 한장도 채 안되는등 대형 의혹사건 핵심 인물의 구속영장 치고는 지나치게 허술해 이를 둘러싸고 법조계에서 해석이 분분하다.사기 범등 간단한형사범들의 영장도 범죄사실이 두세장을 넘는 점에 비춰볼 때 이들의 영장내용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또 영장의 범죄사실을지나치게 가지치기를 하다보니 군데군데 어색하거나 상식에 맞지 않는 곳도 있다. 우선 鄭의원은 95년10월 국민회의 권노갑(權魯岬)의원에게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을 무마해 달라고 청탁하는 대가로 한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그렇지만 이 돈이 權의원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또 돈을 받은후 權의원에게 한보와 관련된 자료제출 요구를 하지 말아달라고 구체적인 청탁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이 없다. 그후 1년 뒤인 96년 鄭의원이 한보로부터 1억원을 받아 權의원에게 전액을 전달했다는 부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우선 청탁을 주선하면서 鄭의원 자신의 몫은 한푼도 받지않았다는 것은 이상하다.한번은 1억원 전액을 자신이 챙기고 1년뒤에는 청탁 대상인 權의원에게 전액을 건네줬다는 범죄사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鄭의원 구속영장에.1억원을 넘겨 받아 權의원에게 뇌물로 제공한 자'라고 명시한 것도 의미가 있다.12일 출두하는 權의원이받은 돈을.뇌물'로 표기한 것은 반드시 權의원을 처벌하겠다는 검찰의 의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영장 범죄사실을 이처럼 간략하게 줄인데에는 영장내용이 너무 자세히 언론에 공개될 경우 수사대상에 있는 다른 관료.정치인이이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보안'을 위해 일부러 생략했을 가능성이 크다.특히 洪의원의 영장사실에서도 지난해 2월부터 10개월동안 4차례에 걸쳐 8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받았지만 실제 누구에게 청탁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누락돼 있다. 영장 내용에 따르면 당시 洪의원은 한보에서만 매월 8천만원을받은 셈이지만 과연 다른 기업체로부터는 받지 않았는지,또 한보로부터 그 전에 받은 사실은 과연 없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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