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올 930억달러 거래” 탄소배출권 시장은 황금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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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탄소배출권 거래소, 전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량의 60% 차지…’. 유럽기후거래소(ECX)에 으레 따라붙는 말이다. 그러나 지난달 말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 시티오브런던에서 찾은 ECX의 외관은 초라했다. 거래소 하면 떠오르는 대형 시세판은커녕 간판도 변변치 않았다. 사무실 안은 더 휑했다. 직원은 사장을 포함해 5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ECX의 속은 탄탄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4억5500만원, 31억3900만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18억9100만원어치를 팔아 6억280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성장하면서 탄소 관련 산업이 새로운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1인당 6억원 벌어=ECX의 성과는 국내 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국내 일등 기업인 삼성전자의 직원 한 명이 상반기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4700만원이다. ECX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성이 높다는 인터넷 업체와도 비교가 안 된다. NHN의 상반기 1인당 평균 영업이익은 8600만원이다. ECX의 7분의 1 정도다.

현재만 좋은 게 아니다. ECX의 향후 전망은 더 밝다.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규모가 올해엔 930억 달러, 2010년엔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에는 경쟁자가 몰리게 마련이다. 탄소배출권 ‘넘버 2’ 거래소인 블루넥스트는 지난해 12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그룹에 인수된 뒤 사세를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덩치를 불려 ECX에 대항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초 9명이던 직원은 지난달 말 현재 24명으로 늘어났다. 유럽을 거점으로 남미·아시아에도 탄소배출권 거래소 시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블루오션 찾는 기업들=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거래소를 어떻게 설립할 것인지도 정하지 못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우후죽순 탄소배출권 거래소 유치 경쟁에 나선 가운데 환경부와 지식경제부는 거래소 개설 방식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그나마 앞서가고 있는 곳은 기업이다. 우리나라가 유엔에 등록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은 10월 말 현재 모두 19건이다. 예상 탄소배출권은 이산화탄소 146만t에 이른다. 이는 중국·인도·브라질에 이어 세계 4위의 규모다.

올해에만 포스코의 광양소수력발전, 울산 동부한농화학의 아산화질소 감축, 수자원공사의 방아머리풍력발전 등 3건이 유엔에 새로 등록됐다. 등록을 추진 중인 사업도 엘지화학 나주공장 연료전환사업, 포스코 발전시설 파이넥스 오일가스 사용사업 등 32건에 이른다.

런던·파리=고란 기자


◆탄소배출권=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 탄소를 허용량보다 많이 배출한 국가·기업은 초과분만큼의 탄소배출권을 돈 주고 사야 한다. 반대로 적게 배출한 국가·기업은 미달분만큼의 탄소배출권을 팔 수 있다. 이 중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은 공장 등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주고, 그 분량만큼을 배출권으로 인정받아 팔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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