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새 집을 지을 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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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청을 꼭 옮겨야 하는가.” 당산철교 폐쇄,남산터널 통행료부과에 이어 시청자리에 대한 조순(趙淳)시장의.결심'에 또한번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趙시장은 우선 전임시장의.현 청사 자리가 좋다'는 결정을 별설명없이 뒤집은 후 서울 여기저기를 왔다갔다 하다가 지난해말.뚝섬 굳히기'를 시도했다.그러다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전문가.시민대표들로 구성된 시(市)자문위원회가 예상치 않은 반대를 한것이다. 때문에 서울시의 시청옮기기 작전은 일단 유보됐다.그러나 趙시장의 뚝심에 익숙한 자문위원들은 .유보'를 믿는 눈치가아니었다.아니나 다를까.서울시는 지난해말.부지 2만5천평 이상,건평 4만~6만평 규모의 새 청사 기본계획을 세우라' 는 용역을 산하 시정개발연구원에 맡겼다.위치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새청사를.어떻게 지을지 설계지침을 마련하라'며 3억원을 쓴 것이다.서울시는 이 용역결과를 오는 6월말께 받아 연말까지 설계를공모해 마무리지을 방침이다.일정대로 되면 현시장 임기내에 최소한 청사모형도는 선보일 수 있다. 딱한건 시정개발연구원의 입장.전임시장 때는.현 청사 자리가 최적'이라는 용역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이번에는 또 현시장의 결심을 지원하는 용역결과를 도출해야 할 판이다.그 때문인지연구원은 서둘러 과업의 대부분을 대한건축가협회에 하도급해 버렸다. 시청옮기기에는 수천억원의 시민 세금도 든다.게다가 서울시는“현청사는 사무공간이 좁고 여기저기 분산돼 불편하다”는 이유에 거액을 쓸 형편도 아니다. .뚝섬시청'을 생각해보자.공무원.시의원들은 최신 건물에 신이나겠지만 시민은 너무 불편해진다.서울 개발축(軸)도 어쩔 수 없이 한쪽으로 기울며 기형이 된다.21세기에는 또 어떤가.뚝섬이 통일수도의 중심,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얘기는 꺼내기힘들다.또 정부기능이 서울을 빠져나갈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국회의사당을 여의도로 옮긴 것을“잘했다”는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아파트 숲에 파묻힌 법원.검찰청사에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이는지.서로 경쟁하듯 웅장하게만 짓는 구청건물을 보며 혀를 차는 시민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세어봐야 한다. 규모도 마찬가지다.키울 이유가 좀체 없다.갈수록 구청등 기초자치단체의 기능은 강화되고,민간부문의 역할도 커져 시청의 기능.역할은 자연히 축소된다. 이렇듯.웅장한 뚝섬시청'은 마땅치 않다.불편하더라도 여건이 될 때까지는 현청사를 조금 고쳐 그대로 지내는게 좋다.그래도 꼭 이전하겠다면 시민전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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