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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녹색기술...5년간 5조8000억원 투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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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 22면

융합산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청사진이 만들어졌다. 교과부·지경부·문화부·농식품부·복지부·환경부·국토부 등 7개 부처가 참여한 ‘국가 융합기술 발전 기본계획’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18일 확정된 것이다. 선진 각국이 이미 수년 전부터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융합기술 개발에 우리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을 뜻한다.

한국의 융합산업 육성책은

뇌과학·인지과학 육성과 미래 녹색기술, 환경기술 개발 등이 본격 추진된다. 융합 분야의 국제표준화를 선도하기 위해 ‘국가융합기술지도(Converging Tech Map)’를 만들고 원천특허 확보를 위한 지원체계도 구축된다. 로봇·신소재·나노융합·바이오신약·의료기기·IT융합시스템·융합미디어 등을 융합 신산업 후보군으로 집중 지원하는 계획도 들어 있다.

특히 개방형 공동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의 아이디어·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e-R&D(가칭)’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이 눈에 띈다.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이 학과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연구원이 두 곳 이상의 연구소에 소속을 둘 수 있는 ‘이중소속 제도’도 도입된다. 범부처 간 협력체제 구축을 위해 ‘융합기술정책연구센터’가 설치되고 융합기술 발전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융합기술영향평가센터’도 설립된다.

김이환(교과부 기초연구정책관) 융합기술 실무추진위 공동위원장은 “2013년까지 5조8900억원이 투자된다”며 “연도별 세부 시행계획과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융합기술을 나노기술(NT)·생명공학기술(BT)·정보기술(IT) 등 신기술 간의 단순한 결합이라는 좁은 개념으로 한정한 측면이 있다”며 “미래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경제·사회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분야와의 창조적 결합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융합기술의 의미를 확장했다”고 밝혔다.

가령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나 조류인플루엔자·기후변화 같은 범공동체적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분야가 힘을 합치는 ‘인문사회기반 융합형 사업’을 본격적으로 발굴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 유수의 기업과 연구소는 융합기술을 상용화한 제품을 개발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사용자인터페이스(UI) 기술인 ‘멀티터치’를 통해 아이폰 혁명을 일으킨 애플은 음성이나 손가락 움직임, 시선 등을 결합한 ‘데이터 융합기술’을 활용한 신상품을 개발 중이다.

게임 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닌텐도의 Wii Fit(위핏)은 인체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센서(IT기술)를 스포츠 부문에 도입해 게임 문화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했다. 휴대용 전자도서관으로 불리는 아마존사의 킨들(Kindle)과 센서와 디지털 실을 이용해 포옹의 강도·체온·심장박동 등을 디지털 신호로 변경해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허그셔츠(스마트섬유 제품)는 모두 융합기술형 첨단 제품들이다.

정부가 융합기술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 것도 이 같은 첨단 융합기술의 상용화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우리나라의 융합기술 수준을 지난해 선진국 대비 50~80% 수준에서 2013년까지 70~90%로 높임으로써 선진 각국과 융합기술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완성하기 위해 5월부터 10월까지 유관기관·전문가 의견청취 및 설문조사, 공청회 개최 등을 진행했다. 이전에도 융합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 지원이 없진 않았지만 국가 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 없이 부처별로 추진되다 보니 연계와 협력이 잘 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미래융합기술연구소 노형민 소장은 “융합 연구가 소통과 협력 없이 경쟁적 ‘개발연구’ 개념으로만 가게 되면 원천기술을 찾는 데 소홀해져 결국 신기술을 카피하는 등 융합기술 연구의 본래 취지를 잃게 될 수 있다”며 “민간 기업과 달리 적어도 정부의 융합기술 연구 지원은 ‘기초연구’를 중심으로 한 연구비 지원과 인프라 확보가 이루어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신용현 박사는 “남들이 하는 분야를 무조건 쫓아가서는 안 되며 우리에게 강점이 있는 분야를 선별해 선택과 집중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가령 최고 수준인 반도체 분석기술을 생명공학에 접목한 ‘나노바이오’ 기술과 같은 분야를 잘 지원·육성하면 경제 파급효과가 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또 “융합연구는 어떤 분야보다 리스크가 큰 만큼 단기간 내에 매출액을 얼마 정도 내야 한다는 성과주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파급효과가 클수록 중·장기적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후속조치 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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