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창작의욕 꺾는 공무원의 舊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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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공무원들은 어쩔 수 없어.'비교적 자유로운 예술혼의 예술창작자들이 공무원과 일을 함께 할때 흔히 내뱉는 불만이다. 번거로운 절차와 이해하기 힘든 간섭과 요구등이 창작의욕을 여지없이 깎아내리기 때문이다.워낙 다른 토양의 사람들이 만나다 보면 능히 있을 수 있는.투정'쯤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매번한결같은 불만이고 보면 원인은 아무래도.뭘 잘 모르는'공무원쪽에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최근 국립극장의 결정만 봐도 그렇다.본지 1월28일자 40면은 국립극단의 3월 봄 공연작으로 안두희를 소재로 한.천년의 수인(囚人)'(오태석 작.연출) 공연소식을 소개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획됐고 작가가 한창 수정작업을 하며.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터라 과연 우리의 아픈 최현대사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기사가 나간지 닷새도 못가.펑크'나고 말았다.막 공연 한달을 앞둔 그제서야 기사를 보고 내용을 확인한국립극장측과 문체부 관계자들이.시기적으로 미묘한 문제'란 이유를 들어 공연작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이에따라 3월6~20일국립소극장에서 공연될 작품은 오태석의 고전.태(胎)'로 1월31일 갑자기 결정됐다. 이같은 소동의 바탕에는 당국자들의.저급한'예술관이 깔려있다고볼 수밖에 없다.아무리 미제상태로 남아있는 안두희 건 뿐만 아니라,더불어 광주항쟁 당사자들이 언급된다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예술적 상상력의 소산이다.오씨가 어떤 역사 해석을 하든 그건 순전히 예술가의 자유로운 예술혼에 달려있다..시기적으로 미묘한'어쩌구 하는 것이야말로.시대착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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