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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독서안내서 "...책속의 아이"등 2권 선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지난해 국내에 소개된 어린이책은 무려 4천1백여종.한세대 전인 70년도엔 3백60종에 불과했다.이쯤되면 학부모들의 독서지도도 바뀌어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옥석을 가려 권할줄 아는 안목까지 요구된다. 최근 그런 지혜를 담은 책 두권이 선보였다.파리 제3대에서 박사과정을 끝내고 자녀 독서지도 때문에 2년 넘게 어린이책에만파묻혀 지내는 최윤정씨가 그간 노력의 결과를 묶은.책밖의 어른책속의 아이'(문학과 지성사)와 영국의 저명한 어린이책 서평가인 존 로 타운젠드의.어린이책의 역사'(1.2 시공사). 이 두 책에는 부모들 뿐 아니라 어린이책 분야에 종사하는 출판기획자.작가.번역자들도 새겨볼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책밖의 어른…'에서 최씨는 초등학교의 학급문고가 대부분 학부모들이 내놓는 책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그야말로.집에서 없애버리고 싶은'책의 수준에 머무르더라는등 학부모들의 피부에 와닿는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작품 분석과 번역상의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날카롭다. 이솝 우화.개미와 베짱이'에 얽힌 저자의 경험을 들어보자.세살짜리 아이에게 이 우화의 국내 개작을 들려줬더니 뜻밖에도 베짱이가 개미의 집에 구걸하러 갔다가 문전박대 당하는 장면에서 훌쩍이더라는 것이다.개미의 근면과 성실의 미덕을 강조한 이 우화의 본래 의도와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반응이다. 그래서 저자는 프랑스 작가 라퐁텐의 우화를 살폈다..개미와 매미'라는 이름의 라퐁텐 작품에는 매미가 개미한테 식량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면서도 전혀 품위를 잃지 않을 뿐 아니라 개미도 끝내 빌려주지는 않지만 말이 그렇게 모욕적이지 않 았다.거절한개미에 대해서는.개미는 다 좋은데 거절한 것만이 나빴다'는 해석까지 덧붙여진다.우리의 경우 교훈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다. 저자는 또 아동도서 번역의 경우 우리말의 어투를 살리기 위해선 과감한 의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갑자기 퍼시 아저씨와 동물친구들은 호수와 연결된 개울 하류쪽으로 자신들이 손수레에 실린채 떠내려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이 문장은 어른이면 누구나 영역임을 알 수 있지만 어린이들은 다르다..퍼시 아저씨와 동물친구들은 퍼뜩 정신을 차렸습니다.아니,그런데 자기들이 타고 있는 수레가 개울 하류쪽으로 떠내려가고 있지 뭐예요'.의역이라도 오히려 이런 글이 우리 어투에 훨씬 가깝다.최씨는 또 최초의 창작 그림책 시리즈로 주목을 끌었던 보림출판사의 전통문화그림책 .솔거나라'등 주요 어린이 도서에 대한 평가도 싣고 있다. 한편 타운젠드의 .어린이책의 역사'를 읽으면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는 작품들이 왜 좋은지 알 수 있다.95년까지 발표된 작품 중에서 명작으로 거론되는 작품 1천3백여권을 조명한다.아쉬움은 모두가 영어권 작품이라는 점이다. 마크 트웨인의.톰 소여의 모험'과.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경우 모험을.대양'에서.집 뒤뜰'로 끌어들인 점이 위대하게 평가받는다. 또 모험이란 것이 상류계층의.전유물'이 아니라 하류층인 허크나 노예 짐과 같은 보통사람들도 가능하다는 꿈을 키워준점이 뛰어나다는 해석이다. 타운젠드가 명작으로 꼽은 작품 중에서 52년 발표된 이후 영어권에서 줄기차게 읽히고 있는 E B 화이트의.샬롯의 거미줄'(시공사)이 때맞춰 번역 출판돼 적어도 학부모들의 선택에 대한고민만은 덜어준다.윌버라는 돼지와 샬롯이라는 걘 미,소녀가 나누는 아름다운 사랑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순환이 지니는 의미를풀어낸 이 작품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로서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최씨는 올바른 어린이 독서지도를 위해 어른들에게 이렇게 주문한다.“어린이책 곳곳에서 발견되는.태만'을 털어내보자.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책에 대한 관심을 말이나글로 표현해야 한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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