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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리포트>클린턴 '커피한잔' 구설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금융기관장들과의.정치 커피'한 잔-. 클린턴 대통령은 요즘 또다시 골치아픈 일 하나를 해명하느라 열심이다. 쟁쟁한 금융기관의 장들과 지난해 5월13일 아침 백악관에서 커피 미팅을 가진 것이 최근 공개되면서 언론의 집요한 추적과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헌금자들이 나누는.대통령과의 커피'는 선거철에 흔한 일이다.당이 주선하는 커피 미팅에는 으레 당의 자금책들도 참석하며이는 민주당이든,공화당이든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지난해 5월의.클린턴 커피'가 문제가 된 것은 그 자리에 재무장관.통화감독국장등이 배석했다는 것 때문이다. 재무장관은 말할 것도 없고 재무부 산하기구인 통화감독국(OCC)의 국장이라면 금융정책은 물론 금융기관 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인사들이다. 이날의 모임을 상식밖이라고 지적하는 미국 여론의 목소리는 한가지다. “어떻게 규제하는 사람들과 규제받는 사람들이 그런 자리에서 함께 만날 수 있는가”다.그러나 대화내용에 관계없이 규제하는 측과 규제받는 측의 상식 밖의 만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고,이에대해 당사자인 통화감독국장은 급기야 대변인을 통해“그 자리에 참석한 것은 잘못이며,민주당에서 참석한다는 것을미리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공식발표까지 했다. 클린턴은 클린턴대로 집권2기 취임후 처음 가진 28일의 기자회견에서“정치헌금을 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 결정은 맹세코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지난해 5월의 커피 모임에 통화감독국장이 오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며 간접 적으로 잘못을 시인했다. 한보 부도에 얽힌 정치권의 외압을 가려내느라 법석인 한국의 상황에서 보면.커피 한잔'까지 꼼꼼히 따지고 드는 미국사회의 분별력이 부럽기만 하다. “만난 적은 있으나 도와준 적은 없다”가 한국의 상황이라면,“도와주진 않았지만 만나지도 말았어야 했다”가 미국의 기준인 셈이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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