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파문><인터뷰>정일기,홍태선,구태서 사장단 3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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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보그룹이 검찰의 압수수색 전후로 대책회의까지 열어 서류를 많이 폐기했지만 아직까지 중요한 것들이 많이 남아있을 가능성이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보건설 정일기(鄭一基.전관리본부장)사장은 지난 1일 본사기자와 단독으로 만나“자료폐기는 있을 수 없다.결산등을 위해 자료를 없앨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鄭사장은 또“지난달 31일 검찰조사에서 정치권과의 유착관계에대한 질문을 받은 적 없으며 조사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정치인 이름이 거명된 적이 전혀 없었다”고 말해 아직까지 검찰수사가 이부분까지는 이르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보철강이 하청업체로부터 5억~1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는등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그런 일은 있을수 없다”고 부인했다.鄭사장은 이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이 경희의료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鄭총회장과 통화한 적이 없으며 자신이 검찰조사를 받고 나온 이후 정보근(鄭譜根)회장과 접촉하지않았다고 밝혔다. 홍태선(洪泰善.전한보철강사장)한보엔지니어링사장도“우리 그룹의운영스타일을 알지 않느냐.나는 사장이라 하지만 엔지니어일 뿐이며 자금문제는 그룹 재정본부에서 총괄했기 때문에 비자금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비자금조성 관련 의혹을 부인 했다. 洪사장은 이어“鄭총회장이 누구와 자주 만나는지에 대해 말하는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권 인사들과의 유착관계 역시 잘 모른다”고 말했다.또 김현철(金賢哲)씨와 鄭회장이 친하다는 세간의소문에 대해“법정관리 신청때 판사가 鄭회장의 출신고를 물어봐 대답했더니.학연도 없고 나이차도 많이 난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더라”고 전했다. 그는“부도직후 鄭회장 주재로 사장단회의가 서너차례 열렸으나 법정관리 문제를 언급하면서 .각자 맡고있는 회사를 잘 운영해달라'는 말이외의 다른 얘기가 오간게 없다”고 말했다. 洪사장은“당진제철소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구상이 반영된 것”이라며“경제성 면에서 세계 어느 제철소에 비해 손색없는.꿈의 제철소'를 만들려다 막판에 좌초돼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구태서(具泰書.재정본부장)사장은“지난달 13일 발령나기 전날밤 그룹측으로부터 재정본부장을 맡아달라는 통보를 받고서야 알았다”면서 재정본부장 교체를 비롯한 사장단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는 이어 그룹재정본부 김대성(金大成)상무.서성하(徐聖河)부장의 해외도피(본지 1월30일자 1면 보도)사실에 대해 “지난달 30일 낮12시 라디오뉴스를 듣고서야 알았으며 도피경위등에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말해 이들의 도피가 극 비리에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具사장은 재정본부 예병석(芮炳錫)차장이 지난달 25일 사표를제출하려 해“회사가 가장 어려운 때니 사표를 보류해달라”고 만류했으나 芮차장이 사표를 낸 뒤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신성식.김현승.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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