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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꼴불견 金 감정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요즘 정치권에선“3김(金)씨 때문에 나라가 망하겠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의원들마다“고래싸움에 새우등만 터진다”면서 한숨과 함께 노골적 불만을 털어놓기 일쑤다. 3金씨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불행한 추세가 그들의 핵심 추종자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는 증좌다. 아닌게 아니라 한보사태가 터진 이후의 정국 진행상황을 지켜보면 사태의 본질은 어디로 가버리고 완전히 3金씨,그중에서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 같은 우려가 든다. 불은 국민회의 金총재가 먼저 지폈다.金총재는“한보사건과 관련,대통령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선제공격을 했다. 그러나 金총재가 밉든 곱든 간에 행정부의 수반이고,그것도 일본을 방문중인 국가원수를.조사 운운'까지 몰아세운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도 있다.金총재는 더구나 金대통령을 조사할 수밖에 없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말을 전해들은 金대통령은 일본총리 앞에서“한국에는 대통령병이라는게 있다”며 金총재를 겨냥했다.물론 하시모토(橋本龍太郎)총리의 날씨에 관한 덕담을 받아서 한 얘기지만 아무리 화가 났어도 과연 남의 나라,그것도 일본총리 앞에서 제 1야당 총재를 그렇게 희화화(戱畵化)하는 것이 온당하고 적절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 뒤의 사태전개는 가위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각당 대변인들은 연일 성명인지 비방 유인물인지 구분이 안 갈 말들을 쏟아냈다.온갖 검증되지 않은 설(說)을 토대로 상대 죽이기에 광분하는 느낌이다. 그러는 사이 죽어나는건 서민들이다.민속명절인 설을 앞두었지만재래시장의 경기는 바닥이다.증권시장에선“다음엔 어느 기업이 피를 본다더라”는 소문으로 해당기업들의 주식이 곤두박질친다.중소기업들은 도산위기 빠져들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군사정권이 흔히 써먹던 수법처럼“사회가 혼란하고 경제가 어려우니 이제 적당히 그만두자”는 논리를 펴자는게 아니다. 국가경제를 이토록 멍들게 하고 국민들 마음에 피멍을 맺히게 한 한보 특혜대출의 진실은 남김없이 밝혀져야 한다.또 관련인사들은 낱낱이 가려내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러나 판 자체를 깨려고 해서는 안된다.정치지도자간의 구원(舊怨)과 감정이 앞선다면 더 더욱 안된다.싸움을 해도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우고,국가 전체가 파국국면에 빠져드는 상황은 안되도록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하고 싶다.김종혁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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