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뒷돈’ 30억 중 10억원으로 김해 상가 불법 성인오락실 차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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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삼씨 사위인 이영수 전 청와대 행정관 명의로 구입된 경남 김해시 내동의 상가는 매입 한 달여 만인 2006년 7월 성인오락실로 탈바꿈했다. 이 상가는 정화삼씨의 지시를 받은 이씨가 세종증권의 로비 자금으로 산 것이다. 세종증권 측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정씨 형제(구속)는 상가를 사자마자 성인오락실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대검 수사에서 상가 구입 자금이 세종증권의 로비 자금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이 왜 말 많고 탈 많은 업종을 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실제 주인 따로 있다” 소문=당시 성인오락실의 명의상 업주는 정화삼씨의 팔순 어머니 신모씨였다. 파 농사를 지었던 평범한 촌로인 신씨가 오락실 사업을 시작하자 상가 인근에선 “실제 주인은 따로 있다”는 말이 나왔다. 100여 평 규모의 오락실은 170여 대의 오락기를 갖췄다. 상가 구입비를 제외하고도 투자 규모가 10억원에 가까웠다고 한다. 한 달 동안 50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성황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업은 두 달이 못 돼 막을 내렸다.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실의 폐해가 언론의 집중 비난을 받으면서 불법 영업 사실이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2006년 8월 실제 업주가 대통령의 친구인 정화삼씨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문을 닫았다. 상가는 다른 업종으로 임대됐고 사건은 잊혀졌다. 검찰은 정씨 등이 성인오락실을 통해 로비 자금을 ‘조용히’ 불릴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로비 자금을 분배하고 세탁하는 통로로 삼으려 한 것이 아닌지도 검찰이 의심하는 부분이다.

◆노건평씨 동업했나?=검찰은 또 정씨 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를 외부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동업 관계로 만들어 놓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오락실 사업은 거래의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뤄진다. 상품권 환전 방식 등 자금을 세탁하거나 특정인에게 부정한 돈을 주기가 용이한 특성이 있다. 1993년 정·관계 거물들의 비리가 줄줄이 드러났던 ‘슬롯머신 사건’ 때도 현금과 추적이 불가능한 10만원권 헌 수표가 이용됐다.

검찰은 상가의 실소유자와 성인오락실 사업의 지분 관계 등을 파악 중이다. 상가를 이용해 생긴 이익이 어떻게 분배됐는지,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흘러갔는지도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명의상으로는 상가가 정화삼씨 사위인 이영수 전 행정관의 것이지만 실제 소유 관계는 더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세종증권 측이 실제로는 노건평씨를 보고 로비 자금을 줬기 때문에 이들이 사실상 상가와 오락실 사업의 동업자였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씨 형제와 이 전 행정관 등을 상대로 상가의 실제 주인이 노씨인지, 노씨가 사업 수익의 일부를 나눠가졌는지 등을 캐고 있다.

김승현·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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