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효율 제로의 행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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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8강전>
○·야마시타 9단(일본) ●·쿵 제 7단(중국)

제3보(30~41)=30 찌르고 32 들여다본다. 그 다음 34로 눌러가기. 공격의 ABC라 할 수순이다. 그러나 흑이 태연하게 35로 집을 챙기자 야마시타 9단은 문득 일이 잘못돼 가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에 젖어든다. 34는 ‘공격’이 없다면 공배나 마찬가지. 그러나 공격 루트가 보이지 않는다. 모자를 ‘꽝’ 씌우는 건 아마추어적 기분일 뿐 역습을 당하면 단박에 무리가 탄로날 것이다.

백은 기껏해야 ‘참고도1’ 백1의 측면 공격 정도. 흑이 2로 달아나 준다면 3으로 눌러 다시 공격의 리듬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흑은 ‘참고도2’처럼 반격해 올 가능성이 크다. 흑8까지 백이 안 되는 그림. 야마시타는 길을 잃은 채 망설이다가 36으로 밀어버린다. 쿵제 7단은 순간 기다렸다는 듯 37의 급소를 쳤고 40으로 달아나자 41로 쫓아간다. 주객이 전도돼 흑이 공격하고 백이 달아나는 형국이다.

“가장 슬픈 사실은 공격의 주력인 34, 36 두 개의 돌이 놀고 있다는 것이다. 방향이 완전 빗나갔다.”(조훈현 9단)

“이렇게 공격이 안 되는 이유는 애당초 백△를 A에 두지 않은 탓이다.”(박영훈 9단)

바둑이 가장 중시하는 ‘돌의 효율’이란 점에서 34, 36은 거의 빵점이다. 36은 차라리 40 정도에 그냥 뛰어두는 것이 나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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