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車개발 보안유지 고심-주행시험도 한밤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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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약 한달동안 외부인의 공장방문이나 견학을 일절 못하도록 했다.비밀작업을 하고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순 대우자동차가 야심작으로 내놓은.라노스'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던 것. 이처럼 국내외 자동차업계는 새 차를 개발할 때 보안유지에 각별히 신경쓴다. 특히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신차 개발사실이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심야에 위장막을 덮어씌운 채 자유로등에서 주행시험을한다.미국등 선진국에서는 외부의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도록 주행시험장 둘레에 나무를 심거나 담을 만들어놓는다.또 공중에서 헬기로 촬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헬기소리만 들려도 숨을 수 있도록천막을 설치하는 곳도 있다.흡사.007작전'을 방불케하는 셈이다.개발정보가 미리 새나가면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할뿐만 아니라 경쟁업체가 이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무자 합숙=실무자들을 상당기간 합숙시켜 개발사실 누출가능성을 원천봉쇄한다.개발 장소도 거의 폐쇄,허락한 사람만 접근토록 한다.대우자동차의 경우 개발 차종별로 개발요원에게 서로 다른 완장을 지급하고,관리자를 별도로 배치해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다. ◇암호화=신차 개발사실은 제3자가 알 수 없도록 암호화한다.또한 개발 전단계에서도 차종 결정자만이 알 수 있는 일련번호(예컨대 RTX-Ⅰ,RTX-Ⅱ,CYZ-1,CYZ-2)를 부여한다.기아자동차가 최근 개발한 최고급 승용차의 암호명 은T-3,대우자동차가 이달말 선보인 준중형 승용차의 개발 명은 J-100이다.기아자동차 연구소는 T-3를 개발할 때 신분증을 컴퓨터에 반드시 넣어야만 출입이 가능토록 했다. ◇사진 촬영도 극비리에=현대자동차는 계열사인 금강기획에 의뢰해 신차 사진을 촬영한다. 촬영장소도 비밀스런 곳으로 정하며 신차를 여기에 옮길 때도 커버를 반드시 씌운다.외국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동차연구소내에 아예 별도의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야외 주행시험=이탈리아.캐나다등 해외에서 야외 주행시험을 실시한다.사진촬영등을 피하기 위해 주로 오후9시부터 자정 사이에 위장막을 씌워 이동한다.일부 국내 자동차사들은 인적이 거의없는 새벽 시간에 자유로등에서 주행시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승용차를 트럭처럼 위장해 새로 출시될 승용차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도록 한다.일부 국내 자동차업체는 새로 개발된차의 형체를 전혀 알아볼 수 없도록 스펀지나 가죽으로 위장해 두기도 한다. ◇발뺌=언론등에서 신차 개발문의가 있으면 강력하게 부인한다.신차 발표 보도시점도 여러개 설정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신차발표와 관련한 브로셔(안내 책자)를 만드는 작업도 반드시 야간에 한다.가격은 최대한 발표시점까지 결정을 미룬 다.예컨대 대우의 경우 라노스 가격을 당초 단종된 르망 수준이라고만 밝힌뒤 판매가 임박해서야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포드는 아예 신차 계획을 발표하지 않을뿐더러 혹시 알려지더라도 시인하는 법이 없다. ◇문서관리=관련 서류 보관함에는 잠금장치를 반드시 설치하고 단 한 사람만 열쇠를 보관토록 한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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