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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실용 用人術’ MB 적극 벤치마킹해야” 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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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지도자와 실패한 지도자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작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려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가? 역대 대통령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통해 난국 해법의 메시지를 전한다.

국가 지도자의 위기관리 능력은 리더십의 중요한 기능… 위기 극복한 지도자 곁에는 신뢰받는 참모 있어 #이슈기획 MB의 대한민국 구하기 #역대 대통령 이렇게 위기 관리 했다

전두환 대통령
- 군대식 결단력, 정치적 부작용에도 경제에서는 성과

월간중앙 전두환 대통령의 위기 돌파 스타일은 한마디로 ‘군대식’이다. 전형적인 야전군 출신답게 10·26과 12·12, 5·17과 같은 위기상황, 그리고 집권 이후 경제정책 과정에서 우직하고 맹렬한 군인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전 대통령은 언젠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에 대해 건강·결단력·신뢰감·표현능력·인내심·안보지식, 그리고 인간적 매력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이러한 자질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특히 두드러진 것이 결단력이었다. 심리학적으로 결단력은 짧은 시간에 결정을 내리고, 한번 내린 결정은 무섭게 밀어붙이는 힘이다. 전 대통령은 고비마다 단호하게 결단을 내리고 신뢰하는 충복에게는 권한을 과감하게 부여했는데, 이러한 군대식 국정운영 방식은 그의 대표 업적으로 꼽히는 물가안정정책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는 재임 중 물가안정 목표를 집요하게 밀어붙였다. 많은 사람이 무모한 목표라고 했지만 그는 군사작전 하듯 반대 의견을 물리쳤고, 마침내 고(高)물가를 해결했다. 사실 5공 초기의 경제상태는 최악이었다. 6·25 전쟁 이래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오일쇼크로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쌀흉년까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전 대통령은 오로지 ‘물가 하나만은 확실히 잡겠다’는 일념으로 물가안정에 매진했다. 일단 목표를 설정하자 정치권의 논리나 반대 의견을 단호히 물리치고 앞만 보고 달려갔다. TV에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예비군훈련장에서 물가안정 교육을 실시했으며, 추곡수매가와 관련해 농민과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셌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복지부동하거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각료에게는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어느 경제부처 장관은 전 대통령에게 직접 통사정해 예산을 확보해 놓고도 사업을 지지부진하게 진행했다. 뒤늦게 보고받던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불같이 화를 내며 해당 장관의 정강이를 구둣발로 걷어찬 적도 있었다.

이 밖에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재떨이가 날아가기도 했으니, 참모진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 대통령은 또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참모들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했다. 전 대통령은 자신이 경제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경제전문가에게 과감히 권한을 위임했다.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알려진 고(故)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말했다는 대목은 지금까지 널리 회자되고 있다. 국보위 시절에도 경제정책은 관료와 경제전문가의 몫이었다. 예컨대 3공 인맥인 남덕우 등 전문가 그룹이 5공 경제를 주도했다. 이처럼 전 대통령은 한번 믿은 사람은 오래 썼고, 능력 있는 전문가에게는 힘을 실어주었다.

‘의리의 사나이 돌쇠’식 통치 스타일이 정치분야에서는 많은 부작용을 불러일으켰지만, 경제분야에서는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박정희 대통령
- 과업지향적 추진력 타의 추종 불허

박정희 대통령이 위기 국면을 돌파해 나갈 때 가장 돋보인 자질은 추진력이다. 심리학적으로 추진력이란 단칼에 해치우는 돌파력이나 순발력과 달리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용의주도하게 밀어붙이는 뚝심을 의미한다. 뚝심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두둑한 배짱이 필요하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5·16 쿠데타와 보릿고개로부터의 탈출, 중화학공업 육성 등 경제 발전으로 달려가는 과정을 보면 내외부 저항에도 끄떡없는 추진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5·16 쿠데타 와중에 반혁명파 세력의 저항과 미국 측의 비토가 만만치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특유의 뚝심으로 밀고 나가 국가권력을 장악했다.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치적으로 꼽히는 경부고속도로만 해도 각계각층의 반발이 거셌다. 어려운 국가재정이 파탄날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서 국토를 결딴낸다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장애물이 높고 험했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밀어붙여 마침내 대역사를 이룩해낼 수 있었다.

박 대통령처럼 일단 목표를 설정하면 사사로운 정이나 이해관계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달려가는 리더십을 과업지향적 리더십이라고 한다. 메이어와 켈리(Meyer & Kelly)에 의하면, 과업지향형은 고지를 향해 돌진하는 소대장이나 중대장처럼 용감무쌍한 리더십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도자는 목표와 결과를 중시하는 반면 절차와 과정을 소홀히 여기거나 냉혹한 측면이 있다.

박 대통령의 과업지향적 리더십은 어린 시절 성장 과정과 청·장년기 일본군 장교 경험에서 비롯된 사무라이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은 총검술 등 군사훈련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였을 정도로 군인정신이 투철해, 대통령이 된 뒤에도 한번 마음먹으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됐다.

박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또 다른 사례는 북한의 도끼만행사건이다. 1976년 8월 유엔군 장병들이 판문점 남쪽 초소에서 미루나무 가지를 치다 북한 경비군과 언쟁이 붙은 끝에 2명이 무참히 살해당했다. 미국은 전쟁이 두려워 적당히 넘어가려 했으나 박 대통령은 “미친 개한테는 몽둥이가 필요하다”며 응징을 주장해 관철시켰다.

불법 설치된 북한군 초소를 박살내고 미루나무를 아예 제거했지만 우려했던 무력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통쾌하게 보복한 것이다. 군대식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박 대통령이 임기 말 권력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믿었던 심복에게 비운의 죽음을 당한 것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합리적 판단 결여 때문이었다.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이후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술에 빠져 지내던 박 대통령은 차지철 경호실장의 월권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불만을 간파하지 못하고 방치하다 10·26을 자초한 셈이다. 당시 차 실장은 경호실 직속으로 사설 정보기관을 가동하며 박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전횡을 일삼았지만, 합리적 판단능력을 상실한 박 대통령은 눈 뜬 장님 신세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살펴야 할 것이 바로 좋은 참모와 나쁜 참모의 구분이라는 교훈을 박 대통령의 사례가 말해준다.

이승만 대통령
- 마키아벨리적 외교력으로 실리 극대화

이승만 대통령이 해방 전후의 혼란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엄청난 위기상황을 헤쳐나간 리더십의 원동력은 외교력이었다. 30여 년간의 외국생활을 통해 몸에 밴 외교력은 집권 이후 요동치는 국제관계 속에서 빛을 발했다. 반공주의자인 이 대통령은 당시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했던 미국을 상대로 밀고 당기는 실리적 외교전략을 구사해 막대한 무상 식량원조와 함께 군사지원을 얻어냈다.

심리학적으로 외교력은 노련한 마술사처럼 세련된 솜씨로 상대를 홀리며 실리를 극대화하는 속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해방 직후 좌파와 우파의 대립을 활용해 권력을 잡았고, 미국을 상대로 적극적 친미정책과 독자노선 사이를 오가며 애를 먹였는가 하면,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트루먼과 연합군 총사령관이던 맥아더의 갈등 관계를 적절히 활용해 맥아더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외교력은 지나치게 마키아벨리적이며 자기중심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의(大義)와 국가를 위해 구사해야 할 위기관리 능력의 상당부분을 개인적 권력 확대에 악용했다는 지적이다. 악용한 외교력은 4·19 발생 과정에서 인의 장막에 눌려 결국 정권의 몰락을 초래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을 보면 위기 속에서 성공했는가 하면, 위기 속에서 실패하기도 했다. 특히 임기 초기에는 위기를 잘 넘겼지만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위기에 약해지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일찌감치 위기를 맞이함으로써 학습효과를 얻어 성공의 길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끊임없는 자가진단이다. 대통령 스스로 독선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 나쁜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는 않은지, 과연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지 냉철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

글■최진 대통령연구소 소장 [cj02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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