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일의 영어 말하기 A to Z] 책 읽듯 말하는 습관 채팅으로 고쳐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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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의 영어에 대한 저항심은 잘 알려져 있다. 영어 대화를 할 때 문어적 표현을 자주 쓴다. 사실 친밀한 관계에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는 대체로 말할 때 어휘 양이 많지 않다. 대신 빈번하게 말을 주고 받는다. 간단한 문장이나 모호한 표현, 심지어 완성되지 않은 문장을 쓰고 같은 말도 자주 반복한다.

한국 학생들은 영어로 대화할 때 “책을 읽듯 말한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많이 말하고 함께 어울려서 말하는 습관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인터뷰식 대화 학습에 너무 열심인 것이 문제다. 전화영어나 온라인 강의에서 선생님은 질문하고 학생은 답한다. 회화수업도 선생님이 마치 인터뷰에서 면접관이 수험자에게 질문하듯 대화를 가르친다. 인터뷰식 대화로 공부하면 수동적으로 묻는 말에 답만 하기 쉽다. 주도적으로 말을 걸고, 주고받는 대화 습관을 갖지 못하게 된다.

거래식 대화도 넘친다. 영어로 티켓을 사야 할 때,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때의 대화 연습은 물론 필요하다. 많은 학생이 면접관과 인터뷰하듯, 매장에서 거래하듯 영어회화를 공부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대화를 하려면 동등한 관계로 자기 이야기를 서술해야 한다.

올 겨울방학에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진짜 대화 연습을 하려면 학생들은 어디서 공부를 해야 할까. 우선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가장 좋다. 틀려도 되고, 짧게 말할 뿐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끊어도 되고,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익숙한 사람이 있는 곳이다. 무뚝뚝한 면접관, 친절하지 않은 원어민 선생님, 경쟁적인 동료가 있는 곳에서 어린 학생들은 쉽게 입을 열 수 없다. 학생의 일상을 나누지 않는 인터뷰식 전화영어는 피하는 게 좋다. 대신 소그룹으로 대화 모임을 꾸려 보자. 영어를 잘하는 친척 언니나 오빠를 찾고, 형이 될 수 있는 소그룹 모임을 찾아보자. 어린 학생이라면 영어를 말할 때 표정을 밝게 해서 말하는 사람이 가장 좋은 회화선생님이다.

책을 읽듯 말하는 학생은 온라인에서 영어 채팅을 연습하면 좋다. 우선 짧게 빠른 속도로, 재치를 발휘하며, 친밀하게 온라인에서 채팅을 해 보자. 영어 단어 3개 이하로, 표정만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연습은 집에서도 해볼 수 있다. 실제로도 친밀한 사이의 대화는 단어 3개 이상을 넘지 않고 말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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