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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암벽 타는 '스파이더 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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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0~15m 높이의 인공암벽을 타는 스포츠 클라이밍은 얼핏 보기엔 대단하지 않은 것 같지만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 그리고 힘의 효율적인 배분을 요구하는 힘든 운동입니다. 다양한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몸의 근육이 고루 발달되고, 손가락을 많이 쓰기 때문에 견비통과 치매 예방에도 좋습니다."

다음달 4~8일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열리는 '세계 스포츠 클라이밍 초청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고미영(高美榮.37.청주대 중문과2)씨. 그는 전국 등반경기 선수권대회 9연패, 아시안 챔피언십 6회 우승, 세계 X-게임 초청경기 2위 등 국내외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린 국내 최고의 '스파이더 우먼'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등산과 동떨어진 운동이 아니라 산을 잘 타기 위한 훈련과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운동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상대를 이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이길 줄 알아야 좋은 성과를 얻게 됩니다."

高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으로 일하던 1985년, 서울 근교 산으로 야유회를 갔다가 등산에 재미를 들였다. 이후 틈나는 대로 산행을 즐기던 그는 91년 봄 북한산 만경대 리지에서 사람들이 암벽을 타는 모습을 본 이후 암벽 등반에 매료됐다. 코오롱 등산학교에 입학해 인공 암벽 강의를 들은 뒤 서울 노량진에 있던 실내 인공 암벽을 찾아 실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94년 대한산악연맹이 주최하는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 첫 출전해 2위에 올랐고 다음해부터는 줄곧 우승을 차지했다. 94년 아시아대회에 첫 참가한 이후 97년부터 여섯번이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高씨는 스포츠 클라이밍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자 2000년에는 정승권 등산학교에 들어가 빙벽 등반을 배웠고, 2002년에는 러시아에서 열린 아이스 클라이밍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는 대회에 참가해 우승하는 것보다 인공 암벽 '루트 세터'(루트를 계획하는 코디네이터) 일을 해보고 싶어요. 또 지금까지 못해본 히말라야 고산 등반이나 거벽(巨壁)등반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高씨는 이번 광저우 대회에 같이 출전하는 동료 손상원(孫祥元.22.청주대 3)씨와 함께 스포츠 클라이밍 안내 비디오인 '브레드 2클라임'을 만들었으며, 코오롱 등산학교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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