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천수만 간월도에서 겨울 철새인 큰기러기 무리가 한꺼번에 날아올라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겨울 진객’ 철새들이 DMZ를 비롯해 한반도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흑두루미 월동지인 순천만을 비롯해 금강하구, 낙동강, 천수만, 주남저수지 등에 날아오는 철새들의 화려한 ‘군무’를 보기 위해 탐조여행을 떠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 오는 겨울철새의 종류와 생태학적 가치, 지구온난화가 철새 이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짚어 본다.
◆겨울 철새 1위는 가창오리=철새는 번식지와 월동지를 최소 1000㎞ 이상 장거리 이동한다. 러시아와 중국, 몽골, 알래스카에서 번식하던 철새들은 ‘동토의 땅’을 떠나 10월 중순부터 남하해 한반도에서 월동한 뒤 이듬해 봄 번식지로 돌아간다. 추위를 피하고 먹거리를 찾기 위해 4000여㎞를 날아오는 것이다. 도요새나 물떼새는 북반구인 시베리아·알래스카에서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을 ‘중간기착지’로 경유해 호주나 뉴질랜드로 1만여㎞를 날아가 겨울을 피한다.
한국조류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기록되거나 관찰된 철새는 총 530종이다. 태풍 등으로 길을 잃은 미조(迷鳥)를 포함한 수치다.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겨울 철새는 143종 140만744 7마리다. 1위는 가창오리다. 국립생물자원관이 1월 말 습지 140곳을 조사한 결과 가창오리 62만6610마리가 날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95%의 가창오리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것이다. 이어 청둥오리 17만1296마리, 쇠기러기 10만2945마리 순으로 한국을 ‘월동지’로 택했다.
◆철새 수 그 나라 환경 수준=일본 가고시마현 이즈미 지역에는 재두루미 3000마리와 흑두루미 1만 마리가 월동을 한다. 한반도에서 월동하던 두루미들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 다.
김진한 연구관은 “우리나라에 오는 겨울 철새들이 점차 줄고 있다”며 “새들의 피난처인 습지와 갯벌이 파괴되고 먹거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데다 밀렵 등 인간의 간섭이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청둥오리는 1999년 31만5787마리가 우리나라에 월동하러 왔으나 올해는 17만1296마리밖에 오지 않았다. 또 흰뺨검둥오리는 9만2246마리(99년)에서 7만8298마리(2008년), 쇠오리는 2만8616마리(99년)에서 1만9998마리(2008년)로 각각 줄어들었다.
철새는 한 나라의 환경 수준을 보여 주는 ‘지표’다. 관광 수익도 무시할 수 없다. 이즈미 지역의 경우 연간 50만 명의 관광객이 두루미 탐조를 위해 찾아온다. 조류학자들은 일본의 경우 철새 보호를 위해 논에 은폐막을 만들거나 도로를 폐쇄하고, 영국은 논밭 가장자리에 생울타리를 세우는 것처럼 철새 보호에 국민과 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철새보호협정을 맺는 것은 특정 지역에만 철새가 모여들 경우 질병이 돌면 멸종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 다. 우리나라는 94년 러시아를 시작으로 중국·호주와 각각 철새보호협약을 맺었다.
박길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