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나는美기업들>11.끝.産苦이겨낸 老兵들 저력 발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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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경제가 세계 최강의 힘을 회복한 배경에는,.뼈를 깎는 고통'을 딛고 일어선 노익장들의 저력을 빼놓을 수 없다.GE.
IBM을 비롯,보잉.메리엇.시어스등이 차례로 위기를 넘기고 있다.가장 가시적인 재기의 길을 걷는 예는 자동차 산업.
두차례의 석유파동과 잇따른 노사분규,비효율적인 대량 생산체계등은 80년대 들어 미국의 자존심인 자동차 산업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메이드 인 재팬'에 밀려 빅3(GM.포드.크라이슬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80년 72%에서 90년에는 63%로 뚝 떨어졌다.91년에는 빅3의 적자가 사상 최고에 달했다.
90년대 들어 반격이 시작됐다.선두주자는 포드.
93년 앨릭스 트로트먼 회장이 들어서면서 변신이 시작됐다..포드 2000'이란 제목으로.
“최고 경영진이 발벗고 나섰다.경비절감과 효율성 제고,고객만족등에서 획기적인 개선 없이는 회생이 어렵다는 분석을 토대로 본격적인 구조 조정작업에 들어갔다.”제조담당 이사 버트 세라의설명. 우선 조직 슬림화에 착수했다.세계화한답시고 잔뜩 벌여놨던 조직중 중복되는 것은 모두 없앴다.의사결정 단계도 대폭 줄였다.세라는“관료주의적이고 비대한 조직을 가벼운 몸집으로 변신시키는데 주안점을 뒀다.오래된 조직이라 그런지 가관이었 다.호환성은 없으면서 비슷한 기능의 엔진을 만드는 공장이 세계에 4~5개나 됐다.전세계의 자동차 플랫폼(車臺)을 절반인 16개로확 줄였다”고 말했다.
부품 공급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작업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2천4백여개인 공급업체를 2000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
지원부서의 감량은 더했다.“컴퓨터및 관련 기자재 공급업체를 2백50개에서 단 1개로 줄였다.공개경쟁으로 1개사 를 선발,책임지고 공급토록 하니까 값도 싸지고 호환성도 높아졌다.”(존 가몬) 이 과정에서 없어진 부서의 인력은 재교육을 통해 이동했다.다른 회사처럼 적극적으로 수만명씩 감축하진 않았지만 인력충원 동결및 조기퇴직을 통한 사실상의 감축작업도 병행했다.
대신 소비자만족 기능은 대폭 강화했다.
서비스에 관한한.9 to5'의 관행은 사라진지 오래다.“1주일에 7일,하루 36시간 문을 연다는 각오로 일한다”고 가몬은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차종의 표준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월드카'전략도 병행했다.
그 결과 포드의 생산성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자동차 1대당 불량률이 94년 1.26에서 95년 1.13으로 낮아졌다.대표적인 토러스는 93~96년 4년 연속 베스트 셀링 카가 됐다.
경영은 적자에서 벗어났다.매출은 급신장하고 순익도 늘어났다.
자동차뿐 아니다.3대 산업인 철강.반도체 산업도 되살아나고 있다. 세계의 건설현장을 누비는 불도저의 대명사인.캐터필러'의제작사인 캐터필러가 극단적인 노사대립,그리고 고마쓰-드레서의 협공을 이겨내고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한 과정은 업계에서 신화로 남아있다.
얼마전 클린턴대통령이 경제학자 8명에게 미국 경제의 중장기 전망에 대한 자문을 구했더니“향후 5년간은 장밋빛”일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미국 경제가 과거보다 훨씬 크고 유연해져 경기사이클의 충격조차 흡수할 정도로 강해졌다는 것.미국 경제가 다시 바야흐로 르네상스 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디트로이트=김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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