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류탄 또 폭발 … 군기 빠진 GP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23일 오전 1시50분 강원도 철원군 육군 모사단 최전방 소초(GP) 생활관(내무반)에서 수류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육군이 밝혔다. 이 사고로 침상에 있던 이모(21) 이병이 중상을, 허모(21) 병장 등 4명이 경상을 입었다. 그러나 사고 발생 당시 규정보다 적은 숫자의 병력만이 야간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 근무 의혹=육군은 당초 사고가 발생한 GP 생활관에는 17명이 취침 중이었다고 발표했으나 뒤늦게 22명으로 정정했다. GP 소대 병력이 26∼28명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야간 경계근무는 4∼6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GP의 경계근무는 소대를 3개 조로 나눠 낮과 밤(전·후반) 24시간 경계근무를 한다”며 “가장 취약한 시간인 자정부터 동이 트기 전까지는 10~12명이 경계근무를 서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2~3명씩 3~4개 조로 나눠 GP와 철책근무를 펼친다.

육군의 설명대로라면 규정 인원의 절반 병력만 경계근무를 서고 나머지 소대원 대부분이 생활관에 모여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군 당국은 조사 중이란 이유로 자세한 경위를 밝히지 않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는 GP 내에서의 경계근무 소홀이라면 군 전반의 기강 해이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수류탄이 터진 경위도 의문이다. 군 당국은 일단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수류탄을 누군가 몰래 생활관 내부로 가져가 터뜨린 것인지, 경계근무 중이던 병사가 근무지를 이탈해 벌인 소행인지 등을 조사 중이다.

육군에 따르면 GP근무 병사는 실탄 75발과 수류탄 1발을 지급받는다. 근무가 끝나면 즉시 가까운 지휘통제실에서 소초장이 보는 가운데 반납한다. 수류탄 관리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육군은 5군단 헌병대장 선종출(육사 40기) 대령을 단장으로 27명의 조사단을 편성해 사고 GP에 투입했다. 육군본부도 한민구(중장)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 GP 탄약고와 병력 관리 등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섰다. 사고가 난 소대는 지난 13일 GP근무에 투입됐으며 이날 모두 교체됐다.

◆베일에 싸인 사고 당시 상황=머리와 목등뼈에 파편상을 입은 이 이병은 성남시 분당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이 없어 민간병원으로 옮겼다. 우측 가슴과 이마, 손가락, 좌측 머리, 우측 허벅지 등에 열상을 입은 허 병장 등 경상자는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 이병과 허 병장 등은 22일 낮에 근무를 선 뒤 생활관 입구 쪽 침상에서 사고를 당했다. 규정대로라면 모두 잠을 자고 있었어야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들이 사고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KG14 경량화 세열(細裂)수류탄은 폭발할 때 1000여 개의 작은 쇠구슬이 흩어져 10∼15m 이내의 인명을 살상한다. 군 관계자는 “실내 수류탄 폭발에도 사망자가 없었던 점으로 미뤄 폭발 당시 소대원 대부분이 침상에서 자고 있거나 바닥에 낮게 엎드려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GP 건물은 2005년 6월 경기도 연천 김동민 일병의 GP 총기 난사 사건(8명 사망)에 따라 최근 내부를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이영종 기자

[J-HOT]

▶ 김무성 "친박19명, 대표와 밥 한번 못먹고 겉돌아"

▶ 신지애, 백만달러 신데렐라…'삼세판'만에 지존으로

▶ 제네시스 쿠페, 앉으면 실망 몰아보면 흥분

▶ 각방 쓰던 따오기 부부, 피곤한줄 알았더니 '금실 과시'

▶ "해 달라"는 힐러리 요구 화끈하게 다 들어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