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 첫 부부 기장 ‘이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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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민항기 부부 기장 1호가 된 김현석(右)·황연정씨. [대한항공 제공]

“하늘을 나는 원앙 같은 부부 조종사가 되겠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민항기 부부 기장이 된 대한항공의 조종사 김현석(40)·황연정(35)씨의 다짐이다.

남편 김씨와 황씨는 각각 13일과 17일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가 실시한 기장 자격심사를 통과해 국내 최초로 ‘민항기 부부 기장’ 타이틀을 얻었다. 김씨는 30일 제주~청주 노선, 황씨는 다음달 3일 인천~타이베이 항로를 기장으로서 첫 비행을 할 예정이다.

이들은 두 자녀와 함께 홍콩에 있는 황씨의 동생 집에 들렀다가 23일 귀국했다. 황씨는 “비행기 안에서 남편과 기장의 역할에 대해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김씨는 “기장으로서 첫 비행을 앞두고 들뜬 기분 때문인지 마치 신혼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부부는 “승객들을 편안히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1996년 조종훈련생으로 대한항공에 입사하면서 처음 만났다. 김씨는 당시 인하대 환경공학과 재학 중 학교에서 열린 조종훈련생 오리엔테이션을 보고 지원했다. 황씨는 경기대 생물학과를 다니며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인턴으로 근무하다 입사했다.

이들은 2년여 간의 훈련생 과정을 마치고 수습 조종사가 된 뒤부터 가까워졌다. 황씨가 조종훈련생 과정을 먼저 마친 김씨의 교육 파트너가 된 게 인연이 됐다. 김씨는 “파트너가 되면서 서로 얘기할 기회가 더 많이 생겼고, 여성이면서도 조종사에 대한 열정이 나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고 반해 프러포즈를 했다”고 말했다. 함께 부조종사가 된 뒤 99년 3월 결혼했다.

부부가 모는 항공기의 기종은 다르다. 김씨는 3발 엔진 제트기(MD-11) 부기장으로 출발해 단·중거리용 쌍발기(B737) 기장이 됐다. 황씨는 쌍발 터보 엔진기(F100)로 시작해 중·장거리용 쌍발기(A330) 기장으로 승격했다. A330은 동남아까지 가지만 B737은 주로 국내선에 투입된다. 부인이 더 먼 곳으로 비행할 수 있는 조종사 자격증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국내선 운항 기록을 쌓은 뒤 미국이나 유럽을 오가는 장거리 노선 자격증을 취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섯 살배기 남녀 쌍둥이를 두고 있다. 황씨는 “남편과 운항 일정이 겹칠 때는 친정 어머니께서 아이를 봐준다”며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더 크면 멋진 조종사 아빠와 엄마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3일 국내 민항 역사상 최초로 여성 기장 2명을 배출했다. 민항기는 김씨와 황씨가 첫 부부 기장이지만 전투기 부부 조종사는 2004년 결혼한 공군 정준영(29)·박지연(29) 대위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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