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탈출, 이태백 ⑥] 취업정보 카페 '취업뽀개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질문. "I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학생입니다. 냉정한 평가 부탁드려요. 학점 3.8/4.5, 토익 805."

답변들. "스펙이 좋긴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특별나게 튀어보이지가 않네요. 웬만한 대기업 서류통과는 무난하겠군요. 기사자격증 1 ̄2개정도 따시고 자기소개서에 공들이시고 면접에 신경쓰시길", "딴지 걸고 싶진 않지만 사실 대기업 서류통과까지 무사한 스펙까진 아닌거 같은데요. 요즘 SKY(서울대,고대,연대)에 토익 900점 이상에 학점 3.8 넘는 사람도 넘치는 세상인데", "SKY에 토익 900점 이상에 학점 3.8 넘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진 않는다고 말하고 싶군요.", "물론 그 사람들이 더 뛰어나단 보장은 없겠죠. 하지만 기업들이 그 짧은 시간 내에 개개인의 실력을 다 따져볼 수는 없는 이상 웬만하면 객관적인 스펙들을 보구 사람을 뽑는 경향이 있죠. 왜냐하면 그러한 것들이라도 준비했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충분히 열심히 했다는 증거가 되니까", "'뛰어나다'라는 의미가 뭐지요? 업무상 뛰어나단 말인가? 당연히 학부졸업생들끼리 서울대든 이름없는 대학이든 업무능력에서는 차이가 없지요. 다들 처음 2년은 배우는 거니깐. 하지만 학교,토익,학점이 신입사원을 뽑을때 객관적 잣대가 되는 것만큼은 분명한 현실이잖아요"

구직자들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한 다음 카페 '취업뽀개기(cafe.daum.net/breakjob)'의 '스펙 평가 부탁드립니다' 코너에 올라온 문답의 한토막이다. 너무 현실적이라고?

▶ 다음 카페 '취업뽀개기(cafe.daum.net/breakjob)'

문을 연지 2년만에 17만4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이 카페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카페는 현재 한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박종현(30)씨가 만들었다. 당시 일반인에게 생소하기만 하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로 시작한 이후 LG.현대.공사.외국계 등의 취업 문제를 다루는 방대한 카페로 발돋움했다.

구직자들의 발걸음이 잦아 지면서 각종 취업정보도 모이고 있다. 지난 11일 운영자가 올린 대기업 취업정보는 100개 가까운 기업의 구직정보가 담겨있다. 조회수가 벌써 12만건이 넘는다. 자료실로 가 보면 삼성.LG 등 취업 관련 자료 모음과 이력서.자기소개서 양식을 구할 수 있다.

회원들이 공개한 자기소개서에 대해 다른 회원들이 평가한 내용도 정리돼 있다. 다른 사람들의 자기소개서를 읽어보고 그에 대한 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나 취업관련 서적에서 얻는 천편일률적인 내용과는 다른 양방향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강점이다.

이처럼 이 사이트의 저력은 역시 취업 관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회원들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에서 나온다. 자신의 학교, 전공 등을 올리면 어느 회사에 지원이 가능한지 바로 입사선배나 경험자들의 답변이 올라오는 '스펙 평가'에서 볼 수 있듯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지방 전문대를 마치고 서울의 사립 S대로 편입한 회원이 "학점 2.8인데 30대 기업 영업직 지원이 가능할까요"라고 묻자 "냉정해서 죄송하지만 어렵습니다"라는 답변이 바로 올라올 정도다. 막연히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구직자들에게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셈이다.

지원하려는 회사별로 분류한 '면접 후기'도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 면접할 때 분위기에서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내용까지 자세하게 정리돼 있다. 특히 실제로 면접을 봤던 회원들의 경험담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정보다.

기업들이 "내부적인 채용기준을 밖으로 유출한다"며 항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정도다. 최근에는 '면접 후 인터넷에 정보를 유출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는 기업체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응시자들이 모범답안을 준비해 와 똑같은 답변을 하는 통에 평가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취업 성공담을 담은 '합격했어요' 게시판도 활용도가 높다. 단순히 합격의 기쁨만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준비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유의사항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자세한 노하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합격자들은 이 사이트에서 얻은 정보가 취업의 관문을 돌파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학점 3.0과 토익 800점은 기본이라는 점이다. 이 기준을 넘기지 못하면 필기시험이나 면접의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턴 경험이나 사회봉사 활동 등 자신만의 강점을 만들어 기업 담당자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들도 다 갖추고 있는 자격증이나 어학연수 경력을 내세워서는 눈길을 끌기 어렵다. 수많은 구직자가 몰리는 상황에서 '남들만큼 했다'는 것만으로 취업 관문을 '뽀개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취업뽀개기 주인장' 박씨는 "회원수가 늘어나는 것은 점점 심각해져 가는 취직난의 반증"이라며 취업 준비자들에게 "자존심이나 주위사람들의 부러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진정으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 그리고 비젼이 있는 회사를 찾아 주저 말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꿈을 크게 가지십시오"라고 조언했다.

김창우 기자, 이영호 인터넷 중앙일보 대학생기자(동국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