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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으로 돌아온 100년 전 ‘대한제국의 추억’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9호 18면

한국 최초의 무역회사인 세창양행의 독일인 직원들이 한강변 흑석동 부근의 민가를 방문해 주민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어린이의 위치와 독일인의 자세에서 연출의 흔적이 보인다. 세창양행 설립자 마이어가 촬영했다.

100년 전 우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세계를 무대로 무한 경쟁을 벌이던 서양 열강은 이 땅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 은자의 나라 조선은 급속한 변화를 강요당했다. 조선 왕조의 마지막을 지킨 대원군과 고종이 차례로 승하하고 왕자는 일본 여자와 결혼했으며 자동차와 전차가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정동 등 서울 도심에 낯선 모습의 외국 공관들이 들어섰고 서양 수녀들은 기독교 전도활동을 벌였다.

1.제복을 입은 고종황제의 친위대가 대안문(현재의 대한문) 앞에서 근무하고 있다. 2.세브란스병원에서 간호사 교육을 받은 한국 여성들의 졸업기념 사진. 3.외국 단체들의 지원으로 설립된 맹인학교의 첫 졸업생들.

이런 거대한 변화의 와중에도 민중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장작을 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이어갔으며 어린아이는 내의도 입지 못하고 헐벗었다. 하지만 일부 젊은이들은 서양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모습을 생생하게 돌아볼 수 있는 사진전이 열린다. 주한독일대사관은 한·독 수교 125주년을 맞아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기념 사진전을 개최한다. 장소는 당시 격변의 현장이었던 서울 중구 정동의 덕수궁이다. 한국과 독일에서 수집된 사진들은 189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까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구한말의 희귀한 장면을 담은 것이 많다. 사진들은 대구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 정성길(66)씨가 30여 년간 발굴하고 수집한 것인데 미공개 작품도 다수 포함돼 있다. 컬러사진들은 유리원판 흑백사진에 색을 입힌것이다.

(위)지금의 광화문 네거리 부근 풍경. 당시 이곳에는 목재시장이 있었다. (아래)회현동에 있던 독일영사관에서 한 독일 외교관이 한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노르베르트 바스 독일 대사는 “이번 전시회는 지리적·문화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판이하게 다른 두 사회가 경제적으로 서로 문호를 개방하던 시대를 조명하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글 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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