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도소 무기수 탈옥사건 관련 구멍난 교도소 경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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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부산교도소 무기수 탈옥사건은 허술한 경비와 방심이 빚은 결과였다. 신창원(申昌源)씨가 감방에 있던 모습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20일 오전1시,탈옥이 발견된 시간은 오전7시 기상점검때였다.6시간동안 申씨의 재소여부는 전혀 점검되지 않았다.
申씨가 묵던 감방은 3동2층6호실.층마다 교도관들이 밤새 지키며 감방의 이상여부를 수시로 확인하게 돼 있으나 6시간동안 申씨의 탈옥여부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재소자 6명과 함께 머물던 申씨는 오전1시 야간점검이 끝난뒤동료재소자들이 잠자고 있는 틈을 타 바닥 환기통을 뜯고 환기구가 끝나는 1층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3동 건물의 외부 환기구 입구에는 창조차 없어 사람이 드나들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교도소 관계자는“환기통으로 빠져나가 봤자 어차피 교도소안인데 환기통을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오히려 태연하게 반문한다. 환기통을 빠져나간 申씨는 3동 건물에서 남쪽으로 1백50여쯤 떨어진 교도소안 교회 신축 공사장 철제담(높이 4)까지 몰래 숨어들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공사장에는 건축자재 트럭들의 출입을 위해 교도소와 외부를 차단하는 콘크리트 담을 일부 부수고 문을만들어 놓아 외부와 연결돼 있는 곳.
申씨는 이곳에 이르러 공사장의 철제담을 지탱키위해 가설해 놓은 쇠파이프 지지대를 타고 교도소 담을 넘었다.申씨는 평소 공사장 주변을 보면서 상당한 사전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사장 남북으로 각각 1백50여쯤 떨어진 교도소 담벽모퉁이의 초소에서는 申씨가 공사장에 숨어들어 담을 넘는 것을 전혀 몰랐다.
탈옥에 성공한 申씨는 교도소에서 1.5㎞ 떨어진 창우농원으로숨어들어가 양복과 구두.자전거를 훔치고 자신의 교도화를 벗어놓은뒤 유유히 도망쳤다.

<부산=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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