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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암제개발 어디까지왔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항암제는 암과 싸우는 암전문의의 전투장비다.따라서 암과의 전쟁은 신무기,즉 항암제 개발에 성패가 달려 있다.외국의약품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활발히 진행되는 국내 항암제 개발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항암제 치료를.러시안 룰렛'게임에 비유하는 환자들이 많다.생명연장과 통증감소 효과에 대한 뚜렷한 확신없이 죽음을 걸어 놓고 벌이는 확률게임이라는 뜻이다.이같은 표현이 가능한 것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암제의 암 억제효과가 20%를 넘지 못하고,오히려 부작용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기존 항암제가 안고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내성과 독성.특히 증식이 활발한 골수.장.모발세포등을 공격해 백혈구 수치의 급감.탈모.소화기능 저하등 갖가지 부작용을 나타낸다.
따라서 모든 항암제의 개발은 고성능 미사일처럼 암세포만 정확하게 구별해 공격하고,가능한 적은 양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있는 방향으로 초점이 모아진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앞서있는 물질은 선경제약의 제3세대 백금착체와 동아제약의 아드리아마이신 유도체.
현재 사용되는 가장 대중적인 시스플라틴계 약물은 백금을 이용한 것인데 백금의 분자구조를 바꿔 만든 SKI2053R 백금착체(白金錯體)는 기존 1,2세대 백금착체에 비해 부작용을 크게줄이면서 효과는 다소 높인 것으로 보고된다.
환자 34명의 임상실험에서 종양의 크기가 25~50% 줄어든환자가 6명(17%),불변 14명(40%),진행 15명(43%)으로 나타났다.반면 부작용면에서는 가벼운 신장독성.오심.구토.백혈구 감소가 있었으나 탈모도 나타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한 약물로 평가됐다(서울대병원에서 실시).선경은 98년 하반기중 국내 신약1호를 겨냥,마무리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아제약의 DA-125 역시 서울대병원에서 임상실험 중인데 말기암환자 22명중 1명에서 종양이 절반이하로 줄어들었고,14명은 암이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 불변으로 나타나 새로운 항암제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특히 기존 아드리아마이 신이 가진 심장독성이 적어 반복 투여가 용이해진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또 아직 임상실험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기대를 걸고 있는 물질로 삼진제약의 SJ화합물과 종근당의 캄토테신계 항암제 CKD602를 꼽는다.전임상단계로 동물실험을 통해 유효성.안전성실험이 마무리단계에 있는 이들 물질은 독성은 크게 줄 어든 반면 약효가 뛰어나고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SJ화합물은 전혀 새로운 물질로 암에 걸린 쥐에 투여했을때 생존기간을 2~3배 늘리면서 기존 시스플라틴 독성의 50분의1,택솔의 12분의1정도로 나타나 중복.반복 투여가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또 합성하는데 10일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98년말께 임상에 돌입할 계획. 캄토테신은 중국에서 자생하는 희수나무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외국제약사들도 개발경쟁을 하고 있는 물질.현재 난소암치료제로 사용되는 토포테캄이 개발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94년 서울대약대 주상섭교수팀과 종근당이 이보다 약효가 2배 높은 캄토테신유도체를 개발했다.
캄토테신계 물질은 암조직에 특이하게 존재하는 토포이조머라제라는 효소를 차단,암 성장을 억제함으로써 기존 항암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개발팀의 주장이다.
이밖에도 동화약품에서는 원자력연구소가 개발한 방사성동위원소인홀뮴166에 키토산을 붙여 간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식의 암치료제를 올 12월 2상,98년 3상임상을 완료,99년초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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